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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영화] 비수기 극장가 노리는 리메이크작…‘리멤버’·‘자백’

 

극장가 비수기로 통하는 가을. 지난 26일 두 편의 리메이크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주인공은 ‘리멤버’와 ‘자백’. 각각 캐나다·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개봉과 동시에 실시간 예매율 1, 2위(리멤버 25.2%, 자백 20.6%·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차지한 두 영화는 침체된 극장가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 평생을 기억해야 했던 아픔…‘리멤버’

 

“내 이름은 한필주.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습니다.”

 

‘리멤버’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한필주’의 복수극을 그렸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족이 몰살당한 주인공이 나치 군인을 향해 복수하는 원작 설정을 우리나라 역사에 맞게 각색했다.

 

은퇴 후 십여 년 넘게 가족 식당(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해 온 필주. 그는 ‘프레디’로 불리며 20대 젊은 동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주는 60년간 기다려왔던 복수를 감행하기로 하는데, 노쇠해진 그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결국 아르바이트하며 친해진 ‘인규’에게 며칠간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원수를 갚으려는 필주. 그의 복수는 단순한 개인사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의 일이고, 필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일이다.

 

머릿속에서 평생을 반복했던 복수였지만,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들이 잦아지며 “내 마지막 기억은 복수여야 해”라고 다짐하는 필주의 모습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복수의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걸 막기 위해 필주는 손가락에 검은 먹으로 원수의 이름들을 새기기도 한다.

 

필주를 바라보는 인규의 시선은 마치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과도 같다. 필주가 간직하고 버텨온 이야기들에 인규가 동화되듯 관객 역시 빠져든다.

 

배우 이성민이 필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특수 분장을 통해 처음으로 노인 역할에 도전했다. 이성민은 “대형 스크린의 러닝타임 내내 노인으로 나와야 하는 건 분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태도와 자세, 목소리와 걸음걸이 보폭과 속도 등 관객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진짜여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일형 감독 또한 “노인 분장을 한 이성민 선배님이 실제 나이가 7, 80대인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고, 한 화면에서 보여야 하는데 과연 관객이 이를 동의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복수의 대상이 되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치덕’ 장군 역의 박근형, 대기업 회장 ‘정백진’ 역의 송영창, 대학교수 ‘양성익’ 역의 문창길, 자위대 퇴역 장성인 ‘토조 히사시’ 역의 박병호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수십 년 연기 내공으로 악역을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뒤 숨겨진 진실…‘자백’

 

“무죄를 만드는 게 제 일이지만, 거짓말 앞에서는 불가능해요.”

 

흰 눈이 뒤덮은 깊은 산속의 어느 별장. 살인 용의자와 변호사가 날카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용의자와 처음으로 돌아가 사건의 조각을 맞추자는 변호사.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성공한 IT기업의 대표 ‘유민호’는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내연녀 ‘김세희’가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가 된 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를 찾는다.

 

영화 ‘자백’은 결백을 주장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한정된 공간 속 두 배우의 대화가 극을 이끌어간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심리에 맞게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효율적으로 구상했다”는 윤종석 감독의 말처럼,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긴장감을 형성한다.

 

양신애는 유민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그가 꺼내놓지 않는 진실을 끄집어낸다. 관객들은 새로운 이야기와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추측하며 스릴러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에 맞춰 별장 신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배우들의 표정과 심리전을 강조했다. 회상 신에서는 동적인 카메라 동선으로 이야기가 재구성됨에 따라 달라지는 사건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조명 역시 화자의 시선에 맞춰 조절하며 반전되는 상황과 감정을 극대화했다. 긴 시간 대화가 진행되는 별장 신은 차갑고 스산한 겨울밤의 느낌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태양광을 차단하고, 모든 조명을 계산해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되게 했다.

 

이렇듯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연출로 관객은 오롯이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윤종석 감독은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의 뉘앙스, 아주 작은 몸짓과 표정이 관전 포인트”라며 배우들의 연기와 디자인, 촬영, 조명에 자신감을 표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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