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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시진핑과 시황제

 

한국 언론의 국제관계 인식은 백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만고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신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는 우크라이나의 치어리더 역할에 충실하고, 중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추측과 비방 일변도다.

 

한겨레신문 박민희 기자는 10월 26일자 칼럼 《‘21세기 황제’ 시진핑이 예고한 3가지 미래》에서 “무엇보다 중국의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해놓고 내용은 3류 추리소설을 써놓았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세기 황제’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주장의 주요 논거는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이었다.

 

이는 5년 전 보도의 데자뷔다. 《시진핑 사상 명문화 · 임기 제한 삭제…‘시황제 절대권력’ 굳힌다》(서울신문), 《시진핑 ‘황제 만들기 개헌’…헌법서 글자 10개 없앤다》(중앙일보), 《‘주석 임기 철폐’ 나오자 박수…중, 시진핑 1인 체제 막 올라》(한겨레신문).

 

진시황제에 빗댄 비아냥거림으로 모든 매체가 한 마음이 되었다. 진시황제는 공과가 있는 역사의 인물이다. 진시황제는 처음으로 통일국가를 완성하고, 중앙집권형 군현제와 법치,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 등으로 오늘의 중국이 있도록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언론이 시진핑의 책사로서 그의 공약을 제시했다고 외눈박이로 보도한 왕후닝 상무위원만 하더라도 교수 출신의 국제관계 전문가로서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공약도 설계한 중국 공산당의 브레인이다. 시진핑이 시황제와 마오쩌둥 수준의 역사의 인물이 될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섣불리 단정할 일이 아니다. 시황제니 1인 체제니 하는 것은 서구의 민주주의 체제를 최선으로 인식하는 독단에서 비롯된 단견이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란 것도 5년 전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헌으로 채택한 것으로,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에 입각해 제한적으로 받아들인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감안해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새 버전이다. 덩샤오핑 이래 경제건설이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부패를 척결하며 일사불란한 팀워크로 덩이 제시한 온포(溫飽)와 소강(小康)을 달성했다는 판단에서 그 다음 단계인 중부(中富)와 나아가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다. 물론 그것은 시진핑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집단적 지혜의 선택이다. 이것을 시진핑이 종신집권을 위한 명분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세계경제가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중국이나 러시아와 척을 지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웃 나라다. 동맹은 바뀔 수 있지만 이웃은 지정학적 운명이다. 정작 바꿔야 할 것은, 중국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어리석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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