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의정부시를 이끄는 김동근 의정부시장. 지난 7일 1일 제33대 의정부시장으로 취임한 김 시장의 시정 철학은 ‘현장 중심, 시민 중심’이다.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해’라는 시정방침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등이 차별받지 않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김 시장의 목표다.
김 시장은 의정부 출신이다. 그만큼 의정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역대 시장들이 타지 출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 시장이 갖는 의정부에 대한 애정은 근본부터 차이가 크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후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했는데 27년이 흐른 현재 시민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제자리다.
각종 이권이 특정 기득권층에 집중되면서 정작 시민들은 권리를 누리지 못했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득권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시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알리려 단체장을 만나려 해도 만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단체장 만남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었다.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단체장의 일방적 행정으로 괴리는 커졌고, 결국 단체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때문에 김 시장은 시민들이 겪는 생활 속 불편과 고충을 파악하려 현장으로 파고든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삶에 귀를 기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감하고,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해결점을 찾아 단체장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김 시장의 권한은 기득권이 아닌 비기득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매주 2차례에 걸쳐 ‘현장출동’, ‘현장 시장실’을 운영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시민이 단체장을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닌 단체장이 직접 시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소소한 민원부터 생활 속 어려움까지 직접 듣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다.
김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역대 시장들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시장들의 경우 연중 진행되는 주민설명회 외에는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는 빈약했다.
◇‘김근식을 막아라’…시민들과 혼연일체 된 의정부시장
김 시장이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자신이 가진 권한을 행사한 것은 ‘녹양동 도로 폐쇄 명령’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3일 저녁 늦게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김근식이 녹양동 소재 한국법무보호 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 입소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김근식이 입소 예정인 갱생시설 인근에는 영아원과 아동일시보호소, 주변으로 초·중·고교 6곳이 위치해 있는 만큼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 시장은 다음날 즉각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한 뒤 법무부로 달려갔다. 김 시장은 법무부 담당자를 만나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을 경우 이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법무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시장은 이어 갱생시설 입구에 현장 시장실을 설치하고 전 직원에 대한 비상근무를 명령했다. 또 체육관 교차로~입석로 70번길 구간에 대한 도로 폐쇄도 명령했다.
김 시장이 도로 폐쇄를 명령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해당 도로 주변에는 중고차매매상, 자동차정비소, 일반음식점 등 수십 곳의 업체가 몰려있었던 만큼 업체들이 영업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등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시장의 방침은 단호했다. 일부 비난이 쏟아져도 47만 의정부 시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김근식의 입소를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김 시장의 도로 폐쇄 명령은 많은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샀다. 시민이 느끼는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려 위험을 감수한 큰 결단을 내린 김 시장에게 응원이 쇄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 관계망 상에서는 ‘시민이 준 권한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의정부시장 멋지다. 응원한다’, ‘시장 잘 뽑았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 시장은 밤늦게까지 현장 시장실을 지키며 찾아오는 시민들을 안심시켰고, 김근식 입소 저지에 앞장섰다. 또 자신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시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았다.
김 시장은 지난달 16일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은 2000여 명에 이른다.
김근식은 이날 추가 범행이 확인돼 검찰에 재구속됐다. 2006년 당시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체 추행 혐의가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결국 출소를 하루 앞둔 김근식이 재구속되면서 의정부 소재 갱생시설 입소는 철회됐다. 김 시장과 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김근식을 막아낸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매주 2차례 현장 찾는 의정부시장
김 시장은 시정 철학의 최우선은 ‘시민 소통’이다. 김 시장은 집무실에서 보고서만 보고 현장을 파악했던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그는 시간을 쪼개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생활 속 불편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시민들의 고충을 직접 들으며 보다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현장 출동’과 ‘현장 시장실’을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시장은 현장 시장실을 찾는 시민과 마주 앉아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그는 주민편의시설 부족, 쓰레기 무단투기, 도로 파손, 복지 지원 등 다양한 내용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김 시장은 행정과 무관한 개인적 문제를 상담하는 시민에게도 싫은 표정 없이 끝까지 면담을 이어가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귀를 기울인다.
김 시장은 “주민의 목소리는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장 시장실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출동’도 마찬가지다. 김 시장은 일반 시민이었던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의정부 구석구석을 돌며 문제점을 파악했다. 또 다른 도시의 모습을 배우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녔다.
김 시장은 현장을 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고 고민한 점을 꼼꼼히 적어 나갔다. 김 시장이 이 기간 현장을 찾은 곳은 62곳에 달한다. 김 시장은 이 기간을 보다 나은 의정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10년 후의 의정부를 끊임없이 상상했고, 걸으면 걸을수록 많은 것들이 보였고, 그만큼 생각도 깊어졌으며 정치와 행정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커져갔다.
김 시장은 이런 경험을 ‘의정부 현장공부’라는 책으로 출간했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도 매주 수요일마다 현장을 누비고 있다.
김 시장은 “마을을 다니면서 마을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를 통해 희열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을 만나면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도 듣고, 마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하소연도 듣기도 했다”면서 “때로는 따가운 질책도 들었지만 이는 의정부를 사랑하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였다”고 회상했다.
한편 김 시장은 흥선‧호원‧신곡‧송산 4개 권역센터에 관내 14개 동 ‘지역 현장 거리 확인’을 지시했다. 담당 공무원이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발견한 문제점을 매주 보고하는 방식이다.
의정부시는 각 권역별로 취합한 문제점을 해당 실‧과‧소에 보내 해결 방안을 검토, 매주 수요일마다 부시장 주재로 회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해 발견된 문제를 해결한다.
◇‘권위보다는 소통’…무게감 없는 소탈한 시장 집무실
김 시장은 대외 공식행사 외에는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그가 취임 이후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한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 고위 공무원을 지내던 시절 정장과 넥타이를 생활화했던 그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단체장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정장과 넥타이가 주는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보다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만나기 위한 그만의 방식으로 보인다.
김 시장의 집무실은 다른 단체장의 집무실과 비교해 소탈하다 못해 허전하게 꾸며졌다. 고급 원형테이블, 안락한 소파, 각종 기념품, 표창패 등은 찾아볼 수 없다.
결재를 위한 책상과 네모난 탁자 3개를 붙여 놓은 것이 전부다. 의자도 편안한 것이 아닌 식당에서 사용하는 저렴한 제품이다.
권위를 내려놓고 보다 낮은 자세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김 시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집무실에 놓인 딱딱한 의자에 앉아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
김 시장은 “기존 집무실은 너무 권위적이어서 권위를 내려놓고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며 “초라해 보일 수 있겠지만 집무실 테이블은 1m 거리에서 보다 가깝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시장은 민원인에게 직접 걸려오는 전화도 마다하지 않는다. 찾아오는 민원인을 모두 만나다 보면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도 부지기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김 시장은 소홀함이 아닌 최선을 다해 응대한다. 자신이 세운 철학, 시민을 위한 의정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편 김 시장은 취임 첫날 시청사 출입통제 시스템도 전면 개방했다. 청사 출입통제 시스템은 2018년 11월 민원실을 제외한 본관‧신관 등에 설치됐다. 장애인 단체, 발달장애 부모 연대 등이 청사를 점거한데 따른 조치였다.
김 시장은 선거운동 과정서부터 청사 출입통제 시스템을 ‘불통의 상징’으로 규정, 취임 즉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또 청사 로비를 갤러리로 단장해 시민에게 돌려줬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원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시민이 준 권한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의정부시장 멋지다. 응원한다’, ‘시장 잘 뽑았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