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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부패한 사고와 장악력은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가”

경기도극단 연극 ‘맥베스’
한태숙 연출, 타락한 지도자와 부패된 군대 모습 조명
맥베스의 내적 갈등 시각화한 ‘죄의식’ 눈길
11월 1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온 바닷물을 퍼와도 내 손에 피가 지워지지 않아. 아니야, 오히려 내 손이 바닷물을 핏빛으로 물들여.”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추악함, 그 욕망에 갇혀 스스로를 좀 먹어가는 모습을 그린 고전 ‘맥베스’가 경기도극단 한태숙 감독판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 감독은 이전 맥베스 부인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레이디 맥베스’로 연극계 찬사를 받은 바 있어 이번 멕배스가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을 모은다.

 

‘맥베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다. 권력을 향한 야망에 불타는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으로 겪게 되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그린다.

 

전쟁 중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인간성이 파괴된 사람들과 타락한 군인들의 세계를 비춘다.

 

군인들은 법이 금지하는 약에 취해 비틀거리고, 정의가 아닌 욕망을 위해 총을 든다. 맥베스 역시 다르지 않다. 왕좌에 대한 욕심으로 자신이 모셨던 왕을 무참히 살해한다.

 

 

충성스런 장군이었던 그가 변하게 된 시작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한 마녀들의 예언 한마디였다.

 

“맥베스 만세, 만세, 만만세. 맥베스 왕이 될 운명.”

 

마녀들은 사람들을 약초의 환각 속으로 끌어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원초적 욕망에 불을 지른다. 욕망에 가득 찬 레이디 맥베스도 마녀처럼 맥베스를 악의 세계로 이끈다.

 

앞서 2일 진행된 언론 공개회에서 한태숙 감독은 “부패한 군대 문화를 풀어보고 싶었다”며 “군대라는 사회, 더 나아가 세상을 보는 눈들이 모여 힘을 가졌지만 부패된 군대의 모습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자의 부패한 사고와 장악력 등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를 그렸다”고 덧붙였다.

 

등장인물들은 중세 갑옷이 아닌 현대적 복식을 하고 등장한다. 또한 검이 아닌 총을 겨누며 전쟁을 이어간다. 그저 고전이 아닌 지금의 ‘군대’를 떠오르게 한다.

 

맥베스가 가져온 ‘불행’들은 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숫자의 관이 사용되는데, 작은 크기의 관부터 성인 남성의 키만 한 관까지 다양하다. 관들을 어루만지는 배우들의 손길은 전쟁으로 떠난 이들, 지도자의 욕심에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죽음까지도 위로하는 듯하다.

 

특히, 내적 갈등을 시각화한 ‘죄의식’이 맥베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온 몸을 붉은 피로 뒤집어 쓴 듯한 그는 맥베스의 뒤를 밟아 걷기도 하고, 공포에 질린 맥베스에게 피를 토해내기도 한다.

 

 

욕망에 빠져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맥베스 역에는 전박찬, 남편을 부추겨 야심을 이루려는 레이디 맥베스 역에는 성여진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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