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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水水방관, 경기북부 소방용수시설 확충 필요성

포천소방서장 조창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토를 방위하는 군사적 힘, 이른바 국방력은 한 나라의 경제 수준과 전쟁 수행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2021년 세계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방력 순위는 세계 6위로, 우리나라는 한 해 예산의 13%인 약 54조 원을 매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가히 군사 대국이라 할 만하다.

 

소방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화재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힘, 공식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통상 우리는 소방력이라 부른다. 소방력은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조직 운영의 기본이 되는 인력과 장비,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소방용수’, 즉 물(水)이다.

 

물은 전통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때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화재 진압은 물론, 소방대원을 뜨거운 화염과 짙은 연기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어막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과 첨단장비가 있어도 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에 물은 소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소방관서기 등 각종 소방 표지에 새매가 물을 쏘는 관창을 양발로 움켜쥔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것은 아닐까?

 

현장 지휘관으로서 화재 현장을 지휘할 때 가장 어렵고 곤란할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화재 진압 중 물이 부족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소방차에는 2700L에서 많게는 1만 2000L까지 물이 실린다. 상당히 많은 양 같지만 불을 끄기 위해 고압으로 방수하면 10분 내외로 바닥이 난다. 규모가 큰 화재일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을 끊김없이 투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화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김포 물류센터 화재 때도 소방용수 부족으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가 지적된 적이 있다. 소방용수가 부족한 화재 현장을 전쟁에 비유하자면 전투 중 탄약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

 

경기북부 인구수(353만여 명)는 경기남부, 서울 다음인 전국 3위 규모로, 화재·구조·구급을 합친 소방활동 건수(26만여 건)도 전국 3위에 달하며, 소방대상물 수는 17만8000여 개로 전국 5위 수준이다. 이처럼 경기북부 소방수요는 전국 상위권이지만 앞서 말한 소방용수시설은 지역 소방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경기북부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6700여 개로 전국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 18만여 개의 3.7%에 불과하다. 소방수요 지표별 경기북부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인구수 6.8%, 소방활동 건수 9.8%, 소방대상물 수 7.1%)과 비교하면 그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부산(335만여 명)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1만400여 개로 경기북부 보다 40%가량 더 많다. 경기북부 면적이 부산 면적 보다 5.5배 넓은 것을 감안한다면 개선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도로에 솟은 소화전을 보면 주민복지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주차와 통행에 불편하기만 하고 언제 쓸지 모르는 애물단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차량 에어백이 평소에는 있는 줄도 모르다가 결정적인 순간 작동해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언제든 저기 있는 소화전이 내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에어백이 될 수도 있다.

 

세계 6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군사 대국 대한민국, 그러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안전 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방용수시설과 같은 안전 인프라 확충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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