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장·단기 대출 규모가 일제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갈 곳을 잃은 차주들이 카드대출을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 원이다. 9월 말 대비 5332억 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8월(41조 8310억 원)을 넘어섰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은 신용카드 사용자가 별도의 담보 없이 카드 한도를 기반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다른 금융사의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비교적 절차가 단순해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찾는다.
카드론 잔액 증가세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자 자금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간 '풍선효과'가 자리한다. 특히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의 대출이 줄어든 것도 카드론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기카드대출로 불리는 현금서비스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 8355억 원으로 9월(6조 6669억 원)보다 1686억 원 늘었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금리가 꾸준히 오르며 법정 최고 수준(20%)에 이르렀음에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9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18.2%로 올해 초보다 0.3%포인트(p) 높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 회원들의 평균 금리는 19.1%다. 그럼에도 올해 4월 이후 늘어난 현금서비스 잔액은 3719억 원에 달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인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잔액 모두 급증하고 있다"며 "2금융권 전반적으로 대출 잔액이 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임에도 대출이 늘면서 연체도 증가하고 있어 카드사들은 기존 심사 프로세스에 조건을 추가한다던지, 대출 허들을 높이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