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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윤의 좌충우돌] 당신의 죽음

 

한 소녀가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날렸다. 자살이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아이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살아도 산 게 아닌 어정쩡한 몸이 되어버린 그와 남겨진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목격했다. 자신의 몸을 죽임으로써 삶의 끝에 이르고자 했겠지만 그 선택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대학을 자퇴하고 꽃동네에서 자원봉사자로 지낸 적이 있다. 노숙인, 노인, 버려진 아기, 정신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이었는데 특히 호스피스 경험은 혹독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끔찍했다. 새벽녘 개들이 늑대처럼 일제히 울부짖으면 이불 속에서 귀를 틀어막고 또 어떤 분이 돌아가신 걸까 두려움에 떨었다. 개들이 짖은 날이면 어김없이 병상에서 누군가 사라졌다. 어느 날 일용직 노동자가 입원했는데 공사판에서 발이 못에 찔렸다 했다. 대수롭잖다며 겸연쩍게 웃던 그 아저씨는 다음날 파상풍으로 사망했다. 가난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죽음을 알리는 소식-부음(訃音)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인이 된 이에게 당신의 죽음은 어떠했는지 부질없이 묻곤 한다. 천수를 누리다 기력이 쇠하여 돌아가신 분, 창창한 나이에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은 분, 병고 끝에 돌아가신 분,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분들. 죽음도 가지각색이다. 사람이 죽었음을 알리는 기별은 피할 순 없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인 ‘죽음’을 돌아보고 내 삶을 성찰하게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의 저자 브로니 웨어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질문에 시한부 환자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타인이 기대하는 삶을 산 것, 변화를 받아들이기 두려워한 것,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하지 않은 것, 소중한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바꾸어 말하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하며,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죽는 순간 후회는 덜할 것이라는 역설에 이른다. 제대로 산 삶이 제대로 된 죽음을 만든다.

 

어떤 이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변화하는 세계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죽음에 대해서 죽은 사람은 말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은 설명할 수 없으니 그 실체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슬픔은 그 알 수 없음에서 비롯한다.

 

해서 나는 죽는 순간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기, 마음 가는 대로 살기, 최선을 다해 행복하기. 남겨진 자들에게 비통함을 남기지 않기. 삶의 끝이 아니라 완성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내 죽음에 대한 애도는 삶을 완주한 것에 대한 축복이길 희망한다.

 

당신의 죽음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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