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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는 더 이상 철밥통이 아니다

 

교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 중에 하나가 ‘철밥통’이다. 교사는 공무원이라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잘리지 않는다는 멸칭, 혹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고용 안정성의 부러움을 담은 칭찬을 담은 말이다. 여러 가지로 사용되는 거 같지만 용례를 떠올리면 대체로 멸칭에 가깝다. ‘나 때는 교사가 애들을 두드려 패도 잘리지 않았어. 그놈의 철밥통들.’ ‘교사는 철밥통이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지.’ 등등. 철밥통이란 말을 들어도 고용 안정성은 교사를 선택하는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였다’, 라는 과거형을 쓴 건 더 이상 교사는 철밥통이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위가 사라진 건 아닌데 더 이상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수업 중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서 1원 이상의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10년 동안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동 관련해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건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철밥통이 부서질 정도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게 맞다.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때리거나,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이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여기에 대한 이견은 없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되는 건 정서적 아동학대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아동이 정서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모두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 신고 사례 1. 복도에서 전담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줄을 제대로 서지 않는 문제로 교사가 전체 지도함. 다시 줄을 서게 하자 이에 불만을 품을 학생이 크게 발을 쿵쾅거림. 교사가 다른 학생들을 전담실에 보내고 아동을 교실에 남겨서 지도함. 아동을 강제로 교실에 남겨져서 압박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당함.

 

아동학대 신고 사례 2. 학기 말에 교육과정에 존재하는 ‘배려하는 어린이 칭찬하기’ 활동을 함. 몇몇 아이들이 배려받지 못한 사례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함.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배려받지 못했던 행동과 당사자를 적어서 제출하고 교사가 이를 읽어주고 앞으로는 친구들에게 조심해서 행동하자며 수업을 마무리함. 이름이 불렸던 학생의 학부모 중 몇몇이 이의 제기를 함. 교사가 1년 무급 휴직 내용이 담긴 서면 사과함. 이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당함. 1심 재판 이전에 교육청에서 견책 징계가 나옴.

 

아동학대 신고 사례 3. A 학생이 일기장에 교사 욕을 적음. 교사가 내용을 공개한 뒤 혼내야 해, 안내야 해. 라고 말함. B 학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식실에 혼자 40분간 남겨 둠. C 학생이 부적절한 언행을 하자 이를 지적하기 위해 다른 학생들에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을 반복해서 말하게 함. 아동학대 신고 후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나옴.

 

이 밖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지난한 법적 다툼 끝에 무죄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아동학대는 형사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사 없이 경찰서에 출석하기조차 어렵다.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신고당해도 일단 변호사와 같이 출석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오롯이 교사가 부담해야 한다.

 

젊은 교사 집단의 분위기는 점점 아이들 인성 지도나 생활 지도는 포기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괜히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철밥통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누군들 위험을 떠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교실에서는 온전히 교과목 관련 교육만 이루어지는 게 아이들과 교사에게 안전한 세상이 왔다.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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