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30.0℃
  • 서울 26.2℃
  • 흐림대전 29.2℃
  • 흐림대구 31.6℃
  • 구름많음울산 29.0℃
  • 흐림광주 27.7℃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9.2℃
  • 흐림제주 33.1℃
  • 흐림강화 24.2℃
  • 흐림보은 28.6℃
  • 구름많음금산 29.3℃
  • 흐림강진군 29.3℃
  • 구름많음경주시 30.6℃
  • 구름많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인천시 인공달팽이관 지원 사업…“소리를 선물 받았어요”

인천시, 27일까지 인공달팽이관 지원 사업 접수
최대 700만 원까지 수술비 지원…3년간 재활비용도 지원

 

김정호 씨(가명·40대)가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것은 5년 전이라고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의 말이 들리지 않아, TV 스피커를 바꿔보기도 하고 배우 발음 탓을 하기도 했다. 그가 병원을 가게 된 계기는 이직을 하고서였다. 사람들이랑 함께 있으니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한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검사를 했더니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30여년 간을 비장애인으로 살아왔던 정호 씨는 처음엔 장애 사실을 부정했다. 화도 났고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마치 외국인이 된 것처럼 직장동료가 말을 해도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웃어보였고, 본인에게 질문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카페에 가서도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는 등 소통에서 점점 멀어졌다. 정호 씨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정호 씨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아내는 야간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제품개발을 시작했다. 전공이긴 했으나 졸업 이후 관련 분야를 들여다 본 적이 없어 밤이고 낮이고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이 어느정도 진행이 되고 여유가 생기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혼자 물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코로나로 마스크를 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입모양도 알아볼 수 없어 긴장됐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인공달팽이관 수술이었다. 이 수술은 보청기와 달리 손상된 달팽이관을 인공으로 교체해 직접 청신경을 자극하게 하는 것으로, 고도난청은 물론 귀가 아예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수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비용이다. 수술이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검사비용만 150만 원이 들고 귀 속 기기 이식에 2000만 원 가량이 든다.

 

정호 씨는 인공달팽이관 수술 비용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행정복지센터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처음엔 직원이 어떤 사업인지 몰라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답변을 받기 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수술비를 지원받은 정호 씨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지만, 재활이라는 큰 벽을 넘어야 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신호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재활과정은 돈도 많이 드는 데다 매우 지난해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정호 씨는 인터넷, 기사 등을 참고해 재활에 힘썼고 가장 큰 힘이 돼주는 건 아내였다.

 

정호 씨는 현재 비장애인 수준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도 소리를 듣고 인터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연신 말했다.

 

정호 씨는 “인공달팽이관 수술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효과가 없다는 등의 잘못된 인식으로 수술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며 “시력을 잃으면 사물을 잃지만 청력을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사회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홍보가 강화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며 “재정적 지원이 환자들에겐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는 거주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150%(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810만 2000원) 이내이며, 만39세 이하인 청각장애인에 최대 700만 원 범위 내에서 수술비를 지원한다. 또한 재활치료비를 최대 3년간 2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연차별로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27일까지 군·구에 신청하면 된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소영 기자 ]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