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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 예술기행] 자크 오펜바흐와 에트르타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미녀 쥘리에타와 그녀를 마중 나온 니클라우스의 2중창. 애틋하고 달콤한 이 노래는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그 유명한 호프만의 뱃노래다. 주인공 호프만은 세 명의 여성과 비극적 사랑을 나눈다. 무대는 베네치아. 대운하의 물결 위로 곤돌라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사랑의 밤은 시작된다. 오펜바흐는 베네치아를 항해하는 곤돌라의 정겨운 풍경을 보고 이 곡을 작곡했다.

 

틀을 깬 천재 작곡가 오펜바흐. 1819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프랑스인으로 살다 파리 몽마르트르에 묻혔다. 오펜바흐가 프랑스인이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이삭 쥐다 오펜바흐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유대인 음악가였던 쥐다는 바이올린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들을 파리 음악학원에 입학시켰다. 하지만 자크는 1년도 못돼 학교를 팽개치고 나와 파리 오페라 코미크 단원이 됐다. 이때 짤막한 메들리를 작곡해 인정을 받았고, 코메디 프랑세즈의 단장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5년 만에 여기도 청산하고 손수 극장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 희가극과 오페레타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그가 명성을 얻은 것은 1858년 작곡한 ‘지옥의 오르페’가 히트를 치면서였다. 그 후 발표된 ‘아름다운 엘렌느’ 역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사후 발표된 호프만의 자장가와 뱃노래는 그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대가의 안식처는 에트르타(Étretat)였다. 파리 북서쪽 200킬로 지점, 알바트르 해안가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오펜바흐에게 무궁무진한 영감과 청춘의 샘물을 제공했다. 이방인인 오펜바흐가 프랑스 국적을 얻은 건 그의 나이 불혹. 그러나 그가 에트르타에 흠뻑 빠진 건 이 보다 앞서 일어났다.

 

자기만의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오펜바흐. ‘지옥의 오르페’로 성공해 큰돈이 들어오자 에트르타에 별장을 짓고 ‘오르페(Orphée)’라고 명명했다. ‘오르페’는 살을 간질이는 아침 햇살과, 조개들과 싸우며 익살을 떠는 갈매기들, 은은하게 풍기는 기분 좋은 소금향, 그리고 하루의 에너지를 꽉 채우는 신선한 바람을 그에게 제공했다. 이곳에서 오펜바흐는 매년 여름 가족과 함께 쉬면서 작업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생활은 계속됐다.

 

페캉(Fécamp)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에트르타. 하얀 석회석 절벽이 일품이다. 그 절벽 위로 미끄러지듯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선은 정말 신비롭다. 코끼리 형상의 절벽 끝에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은 천국으로 가는 성문이다. 여기에 풍요로운 전원, 울퉁불퉁한 절벽과 출렁이는 바다, 해안에 좌초된 배까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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