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아프고 난 뒤 성장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4년 만에 재개되는 축제 소식이 이어지는 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늘 붐비고 인천항 크루즈터미널도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로 생기를 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줄줄이 잡히고 단체여행도 활성화된 시기, 개방의 시기다.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 입출국 규제 완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으로 인해 그동안 억눌렸던 자유가 날개를 달았다. 꽉 막혔던 항공편 회복과 더불어 5월 황금연휴 기간엔 베트남, 일본, 태국 등 근거리 해외여행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는 근로자 1인당 국내 여행비 10만 원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을 펼치며, 각 지역도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코스 개발과 국내 여행자들을 위한 워케이션, 예술여행 등 각종 테마를 선보인다. 다양해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여행 콘셉트도 다채롭다.
이제 통제와 고통의 시기는 다 지나간 듯하나 방심했을 때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엔데믹 초기 이태원 참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방심이 불러온 끔찍한 결과는 이후 밀집이 예상된 축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열흘간 열린 한국 대표 벚꽃축제 진해군항제는 개막 전부터 역대 최다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측됐다. 축제가 끝난 후 집계된 결과에 의하면 방문객은 예측을 상회한 450만 명이었으나, 축제 기간 내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해시가 축제 기간 중 인파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최초로 이동식 대중 경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6천여 명을 행사장 곳곳에 투입했으며, 임시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차 없는 거리 및 일방통행 거리로 지정하는 등 안전과 교통관리를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아프고도 성장하지 못하면 퇴행한다. 비슷한 아픔을 다시 겪었을 때 느끼는 좌절감과 무력감도 상당하다.
지난 4년, 길게는 9년 동안 우리는 겪지 말았어야 할 아픔을 겪었다. 사건·사고, 전염병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지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대처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마침내 숨 쉴 수 있는 시기, 한껏 자유를 만끽하되 지난 아픔을 결코 잊지 말자. 다중 밀집 사고 예방뿐만이 아니다. 감염병 예방과 산불 조심은 물론 미세먼지, 해양오염 등의 환경적인 문제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까지 시선을 떼지 말고 지켜보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자유의 시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의 시대다./자연형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