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사용이 늘면서 실물 카드의 사용이 줄어들자, 카드사들이 연일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젊은 고객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카드 발급과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3일 ‘짱구는 못말려’ 캐릭터를 활용한 ‘신한카드 Pick E 체크’와 ‘신한카드 Pick I 체크’를 출시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MBTI를 접목해 외향적인 E형과 내향적인 I형으로 구분, 각각 선호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캐릭터 카드 상품을 개발했다. 지난해부터 ▲미니언즈 ▲카카오프렌즈 ▲잔망루피 ▲산리오 ▲최고심 등 유명 캐릭터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카드 플레이트에 접목했다.
우리카드도 캐릭터 카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 29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일러스트 캐릭터 '다이노탱'과 디자인 콜라보한 ‘NU 오하쳌(오늘하루체크)’ 카드 2종을 출시했다. 또한 '우리카드 NU'에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 곰'의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정 캐릭터나 게임의 마니아층을 노린 카드도 출시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반다이남코코리아, JCB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건담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국내외 겸용 카드 플레이트 한정으로 'RX-78-2 건담' 등의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건담베이스' 매장에서 10% 할인(월 4회, 회당 1만 원까지) 서비스 등 '키덜트'를 위한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온라인게임 유저를 노리고 게임 특화 상업자 표시 전용카드(PLCC)인 '넥슨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인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를 모티브로 제작한 10종의 카드 플레이트가 특징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발달하며 위축된 실물카드 발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총 2873명을 대상으로 실물카드의 필요성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3.5%는 '실물카드는 없어도 된다'고 응답했다.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적은 체크카드의 경우 감소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체크카드 발급 수는 지난 2019년 약 1억 1070만 장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2030 고객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카드 발급을 유도하고자 다양한 캐릭터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체크카드의 주 사용층이 비교적 어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체크카드 발급 수는 약 135만 장으로, 전년 동기(113만 장) 대비 19.47% 증가했으며, 지난 3월 론칭한 산리오 캐릭터즈카드는 출시 4일 만에 5만 장 이상의 신청이 몰렸다.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10만 장 이상이 넘게 발급됐으며, 이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인해 한때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캐릭터 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최근 관련 카드들이 꾸준히 출시되는 중"이라며 "발급과 함께 이용률도 높아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