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최초 제기된 ‘경기도 분도론’이 36년이 지난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논의 부족, 선(先) 규제 해제 등을 이유로 일부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억측과 대립으로 어렵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염원을 이루느냐, 물거품이 되느냐.” 경기신문은 기로에 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36년만의 분주한 움직임…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
②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찬성 vs 반대’ 당위성의 대립
③각종 규제 묶인 경기북부㊤…특수성에 발목 잡힌 ‘발전’
<계속>
1987년 최초 제기된 경기도 분도론. 36년이 지난 현재에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추진 중인 이유는 낙후성 때문이다.
수도권에 포함된 경기북부지역은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이 위치해 있어 산업,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 전 분야에서 소외돼 왔다.
‘낙후지역’, ‘군사도시’, ‘중첩 규제’, ‘열악한 기반시설’, ‘교통 인프라 부족’ 등은 경기북부지역을 상징하는 수식어가 된지 오래다.
올해가 6‧25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인데도 연천, 동두천, 가평 등 일부 지자체는 1960년대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들 지역은 현재 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부지역 발전 걸림돌의 핵심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1982년 12월 제정‧공포돼 몇 차례 개정됐으나 현재까지 수도권 규제에 관한 법률 중 최고급이자 핵심에 해당한다.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 3개 광역단체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인구‧산업 정책계획을 수립해 추진되는데 경기북부지역도 수도권에 해당돼 제약을 받는다.
여기에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법’과 ‘상수원보호’, ‘주한미군 기지 주둔’ 등 각종 규제도 경기북부지역에 적용된다.
◇5종 규제세트 효과 ‘톡톡’…GRDP, 남부 비해 1/4도 못 미쳐
지금까지 경기북부지역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중첩된 규제 탓이다. 수도권, 군사, 미군 공여지,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 등에 따른 규제다. 이른바 5종 규제세트다.
이로 인해 북부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남부지역의 4분의 1도 못 미친다. ‘GRDP’는 지역에서 경제활동별 부가가치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쉽게 말해 ‘잘 사는 지역’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9년 기준 경기도의 GRDP는 477조4134억5200만 원이다. 이중 경기남부는 393조5091억6900만 원, 경기북부는 83조9042억8300만 원이다.
비율로 따지면 남부는 82.4%, 북부는 17.6%다. 심각한 경제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별 GRDP를 보면 도내 31개 시‧군 중 화성시가 74조5321억4300만 원으로 1위, 성남시가 44조859억8200만 원으로 2위, 수원시가 36조6210억1200만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북부에 위치한 연천군은 1조7350억3600만 원으로 꼴등을 기록했고, 가평군이 1조8142억4100만 원으로 30위, 동두천시가 1조8188억2500만 원으로 29위를 차지했다.
남부지역 지자체와 북부지역 지자체의 GRDP를 비교해 보면 북부지역 10개 시‧군 중 7곳은 하위권에 머물렀고, 고양시와 파주시 2곳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군별 1인당 GRDP의 불균형도 뚜렷하다. 같은 도농지역이면서도 남부와 북부에 위치해 있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극과 극이다.
남부에 위치한 이천시의 1인당 GRDP는 9993만 원으로 도내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북부에 위치한 연천군은 1인당 1641만 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산업도 ‘빈익빈 부익부’…북부 기업인 91.4%, ‘특별자치도 설치’ 찬성
경기북부지역의 경제 불균형이 초래된 것은 산업기반시설 부족과 각종 규제로 제약까지 받으면서 산업에서도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은 도로, 항만, 철도, 물류 등 산업기반이 풍부한 남부지역에 투자를 집중, 이로 인해 반도체, 정보통신, 전문 과학기술서비스 등 고부가가치를 낳는 4차 산업은 남부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반면 북부지역은 산업기반 부족으로 아직도 섬유, 염색, 가구 등 2차 산업 위주의 제조업이 중심이다. 국내 인력도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전반에 걸쳐 점령하다시피 했다.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다보니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북부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원재료‧에너지비용 상승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비싼 국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남부에 비해 산업기반시설도 현격하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기도 산업단지 생산성 및 효율성 분석’에 따르면 도의 일반산업단지(산단) 효율성에서 상위그룹에 포함된 북부 산단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나머지 77%는 중‧하위 그룹에 포함됐다. 또 산단 운영기간도 북부가 오래돼 노후 산단이 남부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생산성 변화에서도 북부 산단 효율성은 32.1% 증가한 반면, 남부 산단은 49.2%가 증가했다. 남부 산단 대비 북부 산단 발전 비율은 65% 수준에 머문 것이다.
더딘 산업 발전의 영향 탓인지 북부지역 기업인들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91.4%라는 압도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지역본부가 지난해 7월 5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매우 찬성’ 72.8%, ‘찬성’ 18.6%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는 6.6%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는 특화된 경제정책과 균형발전이 80.6%로 가장 많았고, 규제완화 8.9%, 행정편의성 제고 7.0% 순이다. 반대 이유는 재정자립도 우려 27.3%, 분도 없이 경제발전 가능하다 21.2%, 불필요한 비용‧혼란 우려 18.2% 순으로 나타났다.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북부지역의 최대 약점은 남부지역보다 지리적, 지형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라며 “기업은 환경이 좋은 쪽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부가 특별자치도로로 독립하면 남부지역과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기업 유치나 기업 활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영돈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은 “경기북부지역 산업 구조는 섬유, 가구, 인쇄 등 특화업종 중심”이라며 “경기북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중복규제 해소와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