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최초 제기된 ‘경기도 분도론’이 36년이 지난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논의 부족, 선(先) 규제 해제 등을 이유로 일부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억측과 대립으로 어렵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염원을 이루느냐, 물거품이 되느냐.” 경기신문은 기로에 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36년만의 분주한 움직임…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
②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찬성 vs 반대’ 당위성의 대립
③각종 규제 묶인 경기북부㊤…특수성에 발목 잡힌 ‘발전’
④각종 규제 묶인 경기북부㊦…꺾이는 ‘의지’, 좌절만 ‘가득’
<계속>
경기북부지역의 낙후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 발전을 가져올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수립된 정책은 중앙정부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다.
수도권 규제 법률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해 실질적 정책 활동은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좌절감만 쌓여갔다.
남북 분단의 상징 군사분계선(MDL)이 지나는 경기북부지역에는 수많은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접경지역 대부분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다.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연천군의 경우 행정구역의 94.62%, 639.95㎢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파주시도 전체 면적 87.65%, 590.66㎢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이들 지역은 개발은커녕 개인주택을 신‧개축할 때도 군부대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민들은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라도 우선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정부는 꼼짝도 않는다.
파주시와 연천군은 매년 1월 국방부에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신청하는데 정작 해제되는 물량은 신청물량의 5% 남짓이다. 그런데 올해는 공고가 늦어져 그마저도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파주시 한 관계자는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들어선 곳은 우선 해제해 달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국방부의 논리도 이해는 하지만 개발이 완료된 지역은 해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환 미군기지 개발도 ‘시들’…불리한 여건, 기업도 ‘외면’
6‧25전쟁이 이후 경기북부에 자리 잡은 주한 미군기지도 발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도내 반환대상 미군기지는 총 34곳으로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173㎢다.
반환대상 미군기지 중 개발가능한 곳은 22곳, 72.371㎢로 이 중 20곳, 48.269㎢가 북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미군기지 22곳 중 반환된 곳은 18곳이다. 이중 현재까지 개발이 완료된 곳은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4곳은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방치돼 있다.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동두천 캠프 케이시‧호비‧모빌, 의정부 캠프 스탠리 등 4곳, 30.866㎢로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이다.
동두천시와 의정부시는 반환 미군기지 개발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 계획이지만 까다로운 행정절차 등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수천억 원에 달하는 미군기지 토지매입비도 이들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동두천시의 재정자립도는 13.9%로 도내 31개 시‧군 중 꼴찌고, 의정부시는 22.6%로 26위다.
동두천과 의정부는 민간 사업자를 통해 투자를 유치해야 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비싼 토지비와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한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정부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세금 중과 대상이다. 과밀억제권역에서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각종 세금이 2~3배로 뛰어오른다. 여기에 각종 세액공제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동두천시는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투자 여건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고속도로 등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진세혁 평택대학교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이 입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교통인프라, 인력확보 가능성 등”이라며 “현재 경기북부지역 상황을 감안하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북부 ‘의료 불균형’도 심각…의과대학 유치는 ‘희망사항’
경기북부는 의료 불균형도 심각하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세 번째로 인구가 많고 고령인구 비율도 높은 곳이지만 의료인프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은 14.7%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16위다. 경기북부는 16.5%로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연천 5개 시‧군 평균은 18.7%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의과대학‧의료기관 비율은 남부가 북부보다 2배 이상 높다. 북부지역의 의료 인력도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상급 종합병원은 전무한 상태다.
같은 해 기준 경기도의 의료기관 현황은 714곳으로 이중 남부는 487곳, 북부는 227곳이다. 이중 상급종합병원은 남부에 5곳이며 북부에는 단 한 곳도 없다.
경기도의 의사수는 2만2813명으로 남부는 1만6865명, 북부는 5948명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를 적용했을 때 남부는 1.6명, 북부는 1.7명이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부에는 의과대학 2곳이 운영 중이다.
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이 신설되면 대학 부속병원이 건립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사인력 확보, 의료서비스 질 향상, 일자리 창출, 의료 불균형 해소 등 기대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기북부권시장‧군수협의회는 북부지역에 의과대학 유치하는 안건을 경기도와 중앙부처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에 대학의 신설‧이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평군과 남양주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북부지역 전체가 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이어서 의과대학을 유치할 수 없다. 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는 방안은 희망사항인 셈이다.
의과대학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수도권 인구 밀집도를 낮추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 한 관계자는 “북부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역 내 의료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도 의과대학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부지역에 의과대학이 유치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10개 시‧군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