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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우리는 어땠을까’…인천선학초 7월 19일 타임캡슐 개봉식

2003년 7월 19일, 장맛비 속 여름방학날 타임캡슐 묻어
개봉식 홍보, 일정 잡는 것부터 난관, 옛 동료들도 발 빼
“과거의 나와 만남, 새 시작 될 수 있어…제자들 만나길 바라”

 

장맛비가 내리던 2003년 7월 19일, 방학식이었던 이날 인천 연수구 선학초 학생 1983명과 교직원 70명은 각자의 꿈을 담은 편지와 아끼는 물건들을 타임캡슐에 넣었다.

 

운동장 구령대 앞 땅속에 간직한 20년 전 꿈이 이제 곧 훌쩍 커버린 그들과 만나게 된다.

 

선학초 타임캡슐은 오는 7월 19일 오후 3시 개봉된다.

 

2003년 당시 교장이었던 이명수 씨(76)는 “어른이 돼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아이들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성실하게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 타임캡슐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타임캡슐을 묻을 계획을 알렸고, 아이들과 학부모는 ‘약속상자’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이명수 전 교장이었다. 그는 황금거북과 5ℓ짜리 오가피주를 묻었다.

 

이 전 교장은 “사실 황금거북은 싸구려 모조품이다. 나부터 귀한 걸 넣어야 아이와 부모들도 용기를 낼 것 같았다”며 “그래도 오가피주는 진짜다. 개봉식에 함께 할 옛 동료들, 성인이 된 제자들과 한잔 나누고 싶다”고 했다.

 

가족사진이 가장 많았고 야구공과 축구공, 각종 동전과 지폐, 당시 휴대전화, 1돈짜리 금붙이 등 다양한 물건을 내놨다.

 

그는 개봉식에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최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접 만든 광고지를 들고 선학초 근처 유치원과 중학교, 교회와 성당 등을 찾아다니며 연락이 닿는 선학초 졸업생들에게 타임캡슐 개봉식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반응이 좋아 몸이 고돼도 힘이 났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가정과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행사 취지를 알려도 ‘내 연락처 어떻게 알았냐’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개봉식 일정을 잡는 일도 순탄치 않았다.

 

선학초도 20년 전 학생들의 타임캡슐 개봉식을 반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건 귀찮다는 반응이다. 예산 지원은 고사하고 운동장 뒤처리까지 약속하지 않으면 개봉식 자체를 허가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결국 사비를 들여야 하다 보니 당시 함께 근무했던 옛 동료들도 하나둘 발을 빼기도 했다.

 

이명수 전 교장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2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그는 “2000명에 육박하던 학생 수가 지금은 500명대로 줄었다. 그만큼 각박해진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그저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지역 축제나 행사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제는 어른이 된 학생들에게 “지금의 내 모습에 주눅들지 말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과거의 나를 만나는 일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날 꼭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태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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