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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와 사회…전시 ‘사랑해 : 등장할 수 없는 몸’

작가명 직접 명명…퀴어 세계 알 수 있어
안양 아트포랩, 휴무 없이 29일까지 전시

 

두 개의 몸이 엉켜 붙어있다. 말랑하지만 어떤 형태를 띤 것처럼 단단히 포옹하는 모습이다.

 

‘사랑해’ 작가는 직접 작가 명을 ‘사랑해’로 지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명명했다. 이는 퀴어 문화의 일부로, 성소수자들은 사회가 명명한 것이 아닌 불리고 싶은 이름을 지어 활동한다.

 

‘사랑해’ 작가는 사랑으로 불리고 싶은 욕망을 투여해 이름을 ‘사랑해’로 지었고, 거창하고 극적인 ‘사랑’을 성소수자의 삶에 끌어들였다.

 

안양 아트 포 랩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단채널 영상과 캔버스화, 소조 등 ‘사랑해’ 작가의 작품 15점을 볼 수 있다.

 

주제는 ‘몸’이다. ‘사랑해’ 작가는 성소수자로서 사회에서 차별받고 드러내지 못했던 ‘몸’에 집중했다. 정상인의 몸에 비해 숨기는 것이 많았던 성소수자의 몸은 감추는 데 익숙했고, 작가는 이에 해방의 의미로 성소수자의 몸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사회적 차별을 용인하고 자신을 인정하는 자세에서 성소수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와 화해를 꾀한다.

 

작품 ‘누가 너를 지금껏 내버려 두었을까 그래서 제가 맛있게 먹어주었답니다’ 에서는 깨끗한 토마토를 고르지 못했지만 상한 토마토를 먹으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그래서 그들과 함께한다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알 수 있다.

 

‘사랑해’ 작가는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과 그를 그리워하는 편지 쓰기 형식으로 관객의 그리움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회적 교류를 통해 성소수자와 정상인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사회에서 차별받고 분리된 성소수자가 아닌 화해와 포용으로 당당히 자리하는 성소수자를 그린다.

 

전시가 주는 메시지는 사회 참여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 외에도 단채널 영상도 눈에 띈다. 영상을 벽면에 띄워 성소수자인 작가가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퇴근길 소리를 기록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고 사회에 참여하라는 메시지에 조심스럽게 응답한다.

 

줄곧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을 작가 나름의 방식대로 말하며 퀴어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퀴어 역시 사회의 일원이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고양이 꼬리를 그려 예민하게 사회 속 나를 인식하는 작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관객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다.

 

전시장소인 아트 포 랩은 로컬 독립 예술 공간이자 지역 작가들의 공유 작업실로 운영되는 다매체적 예술 실험 공간이다.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공간을 공유하는 독립 기획 프로젝트 ‘사각지대’를 통해 선정된 시각예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6월의 첫 번째 전시로 ‘사랑해’ 작가의 등장할 수 없는 몸이 전시돼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16일 시작한 전시는 휴무 없이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입장료는 2000원이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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