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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사교육과 변별력의 허구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수능의 변별력을 구실로 전문가도 풀기 어려운 초고난도의 소위 ‘킬러 문항’이란 ‘약자인 우리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하며 사교육 문제를 거론한 것은 타당했다. 수능의 변별력을 명분으로 공교육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수능 문제가 존재하는 한, 그것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질병인 사교육 번성의 기반임은 분명하다.

 

낮은 임금에 아이를 키우며 주택 마련에 더해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맞벌이 부부를 생각해 보자. 킬러 문항을 못푸는 아이의 성적은 별도로, 친구 모두 학원에 가 버려 같이 놀 친구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왕따로 전락하게 된다. 부모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노후 빈곤과 이어지고, 이는 저출산이나 강남 부동산 가격 등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 반영된다.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 역시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이나 역할에 있어서 무기력에 빠지며, 아이는 아이대로 성적 경쟁 속에 건강한 인성 형성보다는 모든 것을 성적 서열로 판단하게 된다.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어린 학생들의 비극이 이미 낯설지 않게 된 우리 사회다. 과도한 사교육 현실 속의 일반 가정에서는 학생에게 부가 아니라 가난을 세습시키는 현실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금년 수능을 앞두고 급작스럽고 여러 이해 당사자들 간의 소통은커녕 강압적인 몰아붙임 외에도, 후속 정부 논의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및 국제고를 존치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도는 가난의 세습을 막는다는 것을 포장 삼아 부의 세습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공정한 변별력’이란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대입과 관련해 여전히 변별력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음을 본다. 변별력 자체가 국내 대학 서열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공정한 변별력이란 개념 자체가 사교육의 기반인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인정하는 것이다.그렇기에 사교육을 없애려면 오히려 변별력 제거를 통해 국내의 수직적 대학 서열을 없애는 것이다. 변별력 없는 수능으로 입학을 자유롭게 하여 대학 서열을 무너트리되, 대학 학부에서 타 대학으로의 전학을 자유롭게 해 준다. 학습 부진 학생은 자연스레 탈락해 다른 대학으로 가게 하여, 수능 변별력을 대학의 학습능력이 대신하도록 하는 셈이다.

 

이처럼 변별 당하지 않고 성장하게 하려면, 당장의 킬러 문항만이 아니라, 사교육과 대학 서열을 동시에 없애야 한다. 그 방법은 입학 자유화를 전제로 ‘졸업정원제’ 아니면, 국내 대학 전체를 해체한 후 국민 평생 교육을 겸한 ‘열린 비대면 사이버 국가 대학’ 운영이다. 전자는 과거 실행 착오를 겪은 바 있어 어쩌면 보완을 통해 현실적일 수 있고, 후자는 인구 절감 시대를 반영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다양한 개성의 학생들을 시험 하나의 변별력으로 재단하고 틀에 끼워 맞추는 우리 입시 체제는 개혁되어야 한다. 공정한 변별력이란 말도 위험하다. 이번 논의로 어느 진영이 정치적 이득을 얻건,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교육 현실이 개선 돼야 한다. 학원가만을 탓하기보다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중고생을 맘껏 뛰놀며 건강하게 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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