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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원희룡 정치쇼, 춤추는 언론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평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 인근(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널리 유포돼 있었다. 엄청난 뉴스거리였지만 전통언론은 원 장관의 기자회견 전까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 ‘(더 나은)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는 등 장관으로서 격에 맞지 않은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폭발성 있는 사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언론 보도가 엉뚱한 경로를 밟고 있다. 계획이 바뀐 과정이 투명했는지,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참극이 아닌지가 관심사인데 검증은 없고 독자들을 정치싸움에 몰아 넣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대부분의 대형 신문들이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사안이 지면을 통해 보도된 건 원 장관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자였다. 원 장관의 발언인 ‘야당 선동에 양평고속도로 백지화’와 야당의 ‘국책 사업을 감정적으로 취소’라는 형식적 중립을 취했다. 이전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독자들은 알 수가 없었다. 맥락 없는 저널리즘이었다. 
일요신문은 20여일 전인 6월 15일 문제가 된 현장을 찾아 취재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강상면 병산리의 김여사 땅이 2021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되었다는 기사도 클릭 한 번으로 접속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일간지가 장관의 기자회견 이후에 호들갑을 떤 것과 대비됐다.


정치권의 주장만 중계했지 실체를 파헤치는 검증은 없었다. 독자가 진실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정치적 갈등만 부추겼다. 국토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써 결과적으로 대변인 노릇을 했다. 독자는 안중에 없었다. ‘나들목(IC)이 아니고 갈림목(JC)이기 때문에 지가 상승에 별 영향이 없다’거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고속도로가 24건중에 14건’이라는 국토부 해명을 제목으로 쓴 것이 이런 전형이었다.


양평 주민들의 목소리를 이 문제를 제기한 야당과 주민간의 갈등으로 둔갑시켰다. 원안이던 변경안이던 양서면과 강상면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 수밖에 없다. 군수가 동원할 수 있는 주민들 만으로 양평주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결국 당연한 의혹제기를 국책사업 취소라는 극단적 발표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원 장관의 정치쇼에 놀아난 꼴이 됐다. 
문재인 정부때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도로공사가 279억의 혈세를 낭비 했다는 감사원발 뜬금없는 보도도 문제였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보도자료를 이 시점에서 뿌린 것을 ‘물타기’라고 질타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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