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으로 매년 용량이 줄어들고 있는 남동유수지의 준설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8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탓에 제자리걸음만 되풀이 할 뿐이다. 1988년 남동유수지와 함께 조성된 펌프장도 이미 수명을 다 한지 오래다. 증설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펌프장 증설에 드는 비용은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지만 준설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인천시는 방재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 대신 펌프장을 증설할 것으로 보인다. 준설에 필요한 800억 원이 없어서 국비를 포기하고, 인천시 자체 예산 200억 원을 들여 펌프장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담을 그릇은 작아지는데 물만 꾸역꾸역 채우겠다는 심사다.
1일 인천시·남동구에 따르면 남동1유수지(고잔동 711번지) 펌프장 증설을 추진한다. 현재 분당 2555톤의 펌프 용량을 8340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게 뼈대다. 침수 피해를 막고, 낡은 시설에 대한 정비사업의 일환이다.
사업비는 2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남동유수지는 집중호우 시 남동구·연수구·미추홀구 일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 지난 1988년 조성됐다. 이곳에 빗물을 모아 바다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2019년 기준 전체 저수용량 320만 1991㎥ 중 퇴적토가 46만 2621㎥나 쌓여 저수율이 85.5%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퇴적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저수율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88서울올림픽 때 설치한 낡은 펌프장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방재기능과 악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준설을 통해 저수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추정되는 준설 비용은 784억 원이다. 소유권을 가진 남동구의 재정으로는 여력이 없다.
이에 남동구는 지난해 인천시에 소유권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다. 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을 통해 행정안전부의 국비를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지자체 고유 업무인 준설은 해당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펌프장 개량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며 “근본적으로는 준설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준설 비용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