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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오죽하면 동아일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한 일에는 너나없이 고개를 내밀고, 비판을 받을 일이 발생하면 묵묵부답이다. 책임은 아래로 전가하고 공은 내 것으로 낚아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썼다. 낯뜨거운 자기 자랑이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언론 탓이 크다. 


정파적 보도가 횡행하면서 지지하는 정치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잼버리 대회 첫날 온열질환자가 400명 넘게 발생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며 대회를 취소하고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조선일보는 8월 7일(월) 1면에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라는 머릿기사를 썼다. 새만금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로 프레임을 만들었다. 마무리 행사를 보도한 12일자는 '한숨으로 시작해 환호로 끝났다'였다. 전세계의 찬사가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총리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자기 자랑도 이런 보도가 있어 용기를 냈을 것이다.  


잼버리 보도에서 동아일보는 현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8월 9일자 송평인 논설위원은 '한국의 퍼스트 보이스카우터(대통령)부터 실패했다'라는 칼럼에서 “대통령이 개영식에 갔으면 보이스카우트 복장 입고 사진만 찍고 올 게 아니라 야영장을 둘러봤어야 했다”며 “일선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현장까지 가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자신부터 자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완준 정치부장도 11일 '잼버리 부실, 우리는 왜 몰랐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장관들이 대통령이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실상은 보고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잼버리 사태는 진짜 민심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살리라는 경고”라고 직격 했다. 한편, 종이신문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김순덕 대기자는 '눈 떠보니 후진국···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라는 글에서 “전임 정부 탓,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왜 이래?’라며 섭섭해하기보다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린다’는 속담을 새겼으면 한다. 오죽하면 보수신문 동아일보가 이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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