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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가족 인질극

 

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악착같은 공격이,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감정적 도화선을 건드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개탄이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다.

 

2.

검찰은 조민 씨의 기소 여부를 흥정하며 공개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딸에 대한 기소에 아버지의 자백과 반성을 연관시켰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자 자식을 본보기로 벌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법률적 인질극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유구한 적폐로서 기소편의주의가,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된 세상에서 최악의 형태로 꽃피어나는 셈이다. 사람들이 현재 목도하고 있는 상황을 공소권 남용의 전형이요 자의적 권력 행사의 극단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국 가족이 백설처럼 무고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조국 자신이 열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불찰을 공개 사과했다. 문제는 그의 가족이 행한 잘못의 크기와 수사, 기소, 처벌 사이에 존재하는 극단적 불균형에 있다.

 

죄를 저지른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는 근대사회를 만든 기초적 원칙이다. 개인적 호불호에 따른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격이 과도하게 잔혹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3.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재판 광경이 절로 떠오른다. 판결에 앞서 판사는 검사에게 잔고증명서 위조로 기소하면서도 그것에 당연히 뒤따른 위조 사문서 행사에 대해서는 왜 기소를 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보도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이 질문에 대하여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검찰조직이다. 이들이 조국 가족 재판에서는 갑자기 공정과 정의의 투사로 변신하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검찰의 최은순 씨에 대한 자세와 조국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초동 대법원 앞에 서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추는, 왜 유독 검찰을 향해서만 균형을 상실한 채 기울어져 있는가?

 

특수부 검사를 대거 동원한, 조국 가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개시된 2019년 9월. 당시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는 경찰 출석 자리에서 “조국 수사는 사냥처럼 시작된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서 터져 나온 그 한마디야말로 지난 4년간 사태의 본질을 집약한다. 이 사건이 지난 정부에서 시도된 검찰개혁에 대한 집요한 반격의 연장선상이라는 점. 나아가 단순한 법률공방으로 바라볼 수 없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 모든 것에 앞서, 지금까지 검찰의 행태가 수사의 균형성과 처벌의 형평성 관점에서 역대 최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헌법이 규정한 적법절차에 대한 것이다. 법이 부여한 권한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은 비록 법률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그 권한을 형평성에 기초해서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헌법 해석의 상식이다. 권한 행사의 외형뿐 아니라 실질적 내용도 적정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수사는 과잉수사이고 그렇지 못한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다.

 

법원이 조민 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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