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주말마다 짐을 꾸리는 캠퍼들도 늘었다. 코로나 시대 차박과 캠핑은 급속히 증가했고, 자유를 되찾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을에 캠핑을 향한 열정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러나 떠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소규모로 타인과 섞이지 않는 언택트 여행을 추구하던 시기,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들은 몸살을 앓았다. 숙박의 추세가 펜션보다 캠핑으로 기울었어도 지역주민들은 캠핑장 설치를 반대하고 곳곳에 차박 금지 현수막을 걸어둔다. 사람이 많이 오면 지역에도 도움이 될 거란 말은 옛말이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겨우 찾아내 방문한 아름다운 지역, 내년에도 머무를 수는 없을까?
집 앞 마트에서 식재료를 잔뜩 사서 떠나 야외에서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떠들고, 음악을 듣다가 머무른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자연 속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차박이나 캠핑이라 생각해왔다면 이제 다시 배워야 한다.
요즘은 캠핑장도 10-11시 이후엔 매너타임으로 조명을 낮추고 말소리와 음악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데 노지라면 어떨까. 아무데나 물이 있는 곳에서 샴푸나 비누를 이용해 씻고, 세제를 사용해 설거지나 빨래를 하면 될까. 무겁게 들고 온 먹거리를 모두 먹어 치웠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쓰레기는 대충 한쪽에 모아놓고 가면 되는 걸까.
나만 머무는 곳은 없다. 괜찮은 노지라면 차박이나 캠핑을 하러 온 다른 사람들이 있겠고, 내가 치우지 않은 쓰레기는 누군가가 치워야 한다. 하수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일상 속의 당연한 행동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행위가 된다.
가능한 곳에서만 하고, 하면 안 되는 것은 하지 않으며, 최대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어린아이도 아는 기본이지만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몰랐다면 배워야 하고, 이기적인 마음이 앞섰다면 고쳐야 한다.
비단 차박과 캠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행자들이 머물다 가는 길에 오염과 쓰레기만 가득하다면 어떤 곳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여행지의 서비스 정신과 편의성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누구도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이를 좋아할 수 없다.
야외로 떠나기 전, 준비물을 갖췄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일상을 떠나 자연으로 떠나는 만큼 불편해질 각오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딱 하나만 생각하자. 내가 머문 자리는 내가 머물기 전과 똑같아야 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원한다면 내가 머문 후에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상태여야 한다.
불편함을 무릅쓰는 여행이 더 가치 있다. 자연을 위해,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내 옆 텐트나 차에서 머무는 사람을 위해, 또다시 자연으로 떠날 나 자신을 위해. 지속 가능한 캠핑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