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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

 

서두르자. 단풍이 왔다. 한국 가을을 대표하는 붉은 잎.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의 절정.

 

가을은 화사하기보단 곱고, 빛나기보다는 찬연하다. 생동하는 봄 뒤엔 열정적인 여름이 기다리지만 찬연한 가을 뒤에는 시린 겨울이 이어진다. 가을은 모두 져버린 후 휴식기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풍성한 축제의 시기다.

 

이 시기 전국은 들썩인다. 서울역과 교대역 등지에서는 가을만큼 울긋불긋한 사람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줄지어 전국으로 출발하고, 유명한 단풍명소와 sns 사진 명소는 단풍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물론, 지리산과 내장산을 비롯해 아름답다는 산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400여 종의 단풍들이 붉게 빛나며 어우러지는 화담숲과 둘레길을 따라 단풍과 은행나무가 가득한 남한산성은 새벽에 도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막힌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고 한류열풍이 부는 지금은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도 많다. 사람이 그토록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를 해야 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만끽해야 하니까.

 

가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큰 일교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로 뒤덮인 봄에 비해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드높은 하늘 아래 점점 색이 바래며 새로운 색을 입는 자연 앞에서 사람들의 가슴도 물든다.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정신을 드높인다.

 

그러나 짧은 가을은 미루는 순간 가버린다. 날씨와 일과 기분을 핑계 대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단풍은 더하다. 산 전체 중 정상에서 약 20% 물든 ‘첫 단풍’으로부터 80%가 물든 ‘단풍 절정’에 이르기까지는 약 20일 정도 소요된다. 주말이 두세 번 지나면 올해의 단풍은 끝이라는 뜻이다. 가장 예쁜 시기는 한 주도 안 된다. 올해는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 단풍이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며 지리산과 남부지방의 단풍은 11월 초에 끝난다.

 

멀리 떠날 여유가 없다면 꼭 단풍놀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서울 하늘공원과 남산둘레길, 양재시민의숲과 서울숲에서, 시흥 갯골생태공원과 안산 갈대습지, 연천 임진강댑싸리공원과 파주 율곡습지공원에서, 가족과 함께라면 안성 팜랜드나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가볍게 나들이를 해도 좋다. 가을은 댑싸리의 분홍빛에서도, 갈대의 금빛에서도 찬란하게 반짝인다.

 

풍성한 먹거리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을 축제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즐기는 트레킹 등 가을을 맞이한 각 지역의 프로그램도 가득하다. 동네 공원에 조성된 단풍나무 한 그루, 아이 손바닥 같은 붉은 잎 하나에서도 충분히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어느새 산간 지역에서는 서리가 쌓이고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을도 삶도 짧다. 지금 이 순간, 단풍놀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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