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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그분들을 생각해 본다

‘살아갈수록 외롭습니다. 인간이기에/ 진실할수록 힘이 듭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러나 가야 할 운명의 길이라면/ 편안한 모습으로 살아갑시다.…’ 이 시는 내가 만들어 애용하는 우편엽서에 새긴 문장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루살이에겐 비가 고통이요 평생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사한 마음으로 견디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 삶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자기 운명을 깨닫고 노력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복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는 ‘그래 그렇겠지’ 하고 승복하면서도 뒷머리가 썰렁해진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다 기억에 의존해 기록을 찾다 보면, 유머 감각을 지닌 고(故)김대중 대통령이 생각난다. 1980년의 봄,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음모죄로 구속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판결을 기다리며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사형일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 순간 김대중 대통령은 판결을 선고할 때, 재판관이 입을 ‘무’하면서 입이 앞으로 나오면 ‘무기징역’으로써 살 것이고, ‘사’하면서 옆으로 째지면 ‘사형’이다. 고 기막힌 상황 속에서도 희화적인 생각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았다고 한다.

 

이 시대의 성직자로서 시대를 보는 직관과 역사 감각이 뛰어나며 예언자적 메시지가 희망적이라고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다. 그분이 ‘진지하게 말씀하실 때는 온 세상이 진실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추기경께서 광주 어느 단체의 초청을 받아 열차를 타고 가실 때의 일이다. 열차 안에서는 홍익회 소속 직원이 음료수와 계란 등 먹거리가 놓인 작은 상자를 밀고 다니며 ‘삶은 계란이요’ ‘삶은 계란’ 하고 외치며 판매하고 다니던 때이다, 추기경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시는 말씀이다. ‘여러분 삶이 무엇인지 아세요?’ 하고서는 내가 열차로 내려오면서 보니 열차 안에서 어떤 사람이 ‘삶은 계란이요’라고 외치대요. 하고 웃기셨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선종하시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8월 18일 서거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무소유를 남기고 떠났고, 코미디언 배삼룡(배창순)은 2010년 2월 23일 사망했습니다.

 

심리학자 김태형의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라는 책을 읽게 되면 그들의 공통점은 첫째 솔직성(정직) 둘째 도덕적으로 자신이 있고, 셋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순수성과 진실에 목숨을 거는 ‘순교자’ 형이라고 했다.

 

서해훼리호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의 비극 등 숱한 참사와 몰사를 견디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비극적인가? 국민이라는 언어는 너무 때가 묻었으니 차라리 이 나라의 백성들이 희망을 갖고 자기 십자가에 감사하며 살아갈 날이 언제 올 것인지… 언제쯤 이 나라의 지성들과 집단지도자들의 멋진 유머 속에 내가 나를 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싶을 때, 앞서 가신 그분들의 희생과 유머와 삶의 진정성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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