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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획] 교육복지로 이어진 15년 간의 ‘사제 동행’

초등 4학년 스승과 제자로 만난 신지현, 유연철 복지사
신지현 복지사의 돌봄으로 성장, ‘복지사’의 꿈을 이뤄
현재 구리지역에서 교육복지사 스승, 생활복지사 제자로 활동

 

스승과 제자로 만나 15년 간 인연을 이어오며 어려운 청소년들의 앞날에 등불을 비춰주는 복지사들이 있다. 바로 구리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신지현 교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 유연철 그룹홈 생활복지사다.

 

신지현 복지사와 유연철 복지사의 첫 만남은 2009년 구리초등학교였다. 당시 신지현 복지사는 경기도 1기 교육복지사로서 구리초에 발령 받았다.

 

출근 첫 날, 신지현 복지사는 교육복지실이라고 적힌 텅 빈 교실로 들어갔으나 종일 한 명의 학생도 오지 않았다.

 

그녀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장식을 가득 사 홀로 교육복지실 안을 꾸미고 있을 무렵, 복지실 앞문이 덜컥 열리더니 한 남학생이 “여기 뭐 하는 데에요?”라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신지현 복지사는 반가운 마음에 아이를 얼른 자리에 앉히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것이 신 복지사와 유연철 복지사의 첫 만남이었다. 11살이던 유연철 복지사는 그날 이후 ‘단비’라는 친구와 함께 교육복지실 ‘VIP’가 됐다.

 

두 학생은 신지현 복지사와 늘 함께 출퇴근하는 사이가 되었고, 그녀가 문구점에 가기라도 하면 따라와 짐을 옮겨주거나 간식도 얻어먹으며 매일을 함께 보냈다.

 

유연철 복지사는 당시를 “그때 단비와 저에게 복지실은 집보다 더 편한 공간이었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가기 싫을 땐 방과후 최고의 놀이터가 되어줬다”고 회상했다.

 

신지현 복지사 또한 “그때만 해도 학교에서 교육복지 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고 첫 출근 때 종일 혼자 있다가 연철이의 등장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며 “그 시점 이후로 복지실이 생기를 띄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 신지현 복지사의 돌봄으로 성장한 유년시절

신지현 복지사는 학생이었던 유연철 복지사에게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에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방과후에 학원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 복지실을 학원처럼 운영했다.

 

또한 국어·영어·수학 과목 전공자를 뽑아 시간표를 짰고, 힘들어하는 유연철 복지사에게 잔소리를 해가며 기초학습의 토대를 닦게 했다.

 

이어 토요수업 틈새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말에도 유연철 복지사가 학교에 나와 탁구, 독서교실, 제과제빵 등 다양한 학습과 놀이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신지현 복지사는 “꼬마때부터 연철이는 늘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다”며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적도 있지만 자신만의 길을 잘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 ‘복지사’의 꿈을 이루다

유연철 복지사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족처럼 챙겨준 신지현 복지사를 보고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때부터 복지사라는 확고한 꿈을 품었다.

 

이에 유연철 복지사는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공익요원 시절 지역아동센터에서도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현재 그룹홈 생활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룹홈은 보호대상아동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정복귀, 입양, 가정위탁이 어려운 아동에게 양육, 자립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보육기관이다.

 

유연철 복지사는 시험을 준비해 장차 자신의 ‘롤모델’인 신지현 복지사처럼 ‘교육복지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복지사라는 꿈을 품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처음 복지실에 갔을 때 내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며 “담임선생님,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힘든 얘기들은 복지실에서 털어놓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지현 선생님을 만난 후 어려웠던 학교생활이 많이 풀어졌다”며 “선생님 덕분에 ‘나도 뭔가를 베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지현 복지사는 “어릴 때부터 연철이가 복지실에 와서 ‘저도 커서 복지사가 될 거예요’라고 당당하게 말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신지현 복지사는 자신의 제자가 자기와 같은 꿈을 꾸는 것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복지사는 어려운 아이들과 그 가정까지 최전선에서 대하기 때문에 사명감이 없다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신지현 복지사는 “연철이가 장난스레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거라고 말할 때는 참 기특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됐다”며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유연철 복지사의 취업 소식에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제 제자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했다’고 마구 자랑하고 싶었다”며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 나 정말 잘 해왔구나, 그동안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유연철 복지사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목표를 갖게 돼 다행이다”며 “신지현 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일이 힘들다고 했지만 항상 행복해보이셨다”며 “그걸 느꼈기 때문에 나도 내 선택에 확신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람 하나로 지속되는 일, ‘복지’

현재 유연철 복지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룹홈에 있는 A군의 ‘자립’이다. ‘그룹홈’ 정원은 남아전용으로 7명이며, 보호대상 아동이 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A군은 곧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성인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룹홈을 떠나야 한다. 이에 유연철 복지사는 A군이 그룹홈을 나가도 주거 등을 지원해주기 위해 여러 제도를 알아보고 있다.

 

그룹홈에는 학대받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먼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다가기 어렵다.

 

따라 유연철 복지사는 반찬 하나 둘 때도 예쁘게 놓는 법, 더 맛있게 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연철 복지사는 “나를 계속 ‘저기’라고 부르다가 처음 ‘삼촌’이라고 부른 아이가 있다”며 “그 말을 듣고 몰래 방에 들어가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아이들에게 “삼촌이 많이 도와줄게”라는 응원을 남겼다.

 

신지현 복지사는 15년 째 교육복지사 일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언제까지 자신이 이 일을 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자기를 필요로 하는 날까지 있다고 싶다고 했다.

 

이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힘든 아이들을 밝은 길로 인도하고 싶다”며 “휘청거려도 결국 올곧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우리 힘들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한 번 가보자, 선생님이 옆에 있어줄게”라는 말을 남겼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진행함.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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