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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전통이 그리운 신년 아침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성경의 한 구절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이 구절을 떠올리며 2024년을 새롭게 다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새해 첫날이 무척 설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찬 새해를 함께 꿈꾸어보자는 요청을 드리고 싶다.

 

1월 1일은 새해의 시작. 이는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es César)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이날을 야누스 신에게 바쳤다. 양면의 얼굴을 한 야누스. 하나는 과거, 다른 하나는 미래를 상징했다. 그러나 새해의 첫날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카페왕조 시절에는 부활절이, 샤를마뉴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새해의 첫날이었다. 그러나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가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다시 설정했다. 이는 종교 축제 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새해를 똑 같이 시작하는 건 아니다. 세상은 스물 네 개의 시간대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나라별로 자정 시간이 다르다.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보는 곳은 뉴질랜드, 마지막으로 보는 곳은 하와이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다. 많은 문화권에서 이날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처럼 공휴일로 삼는 나라들도 많다. 어떤 나라들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여전히 전통의식을 치른다.

 

뉴질랜드는 웰링턴과 여러 도시에서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면 가장 아름다운 냄비를 꺼내들고 거리로 나와 시끄럽게 두드린다. 스페인에서는 각자가 포도를 삼킨다. 새해 1년 동안의 행운과 번영, 그리고 성공을 빌기 위해서다. 스페인 사람들은 12월 31일 자정에 지인들과 함께 이 행사를 즐기고 밤새 파티를 연다.

 

폴란드인들은 새해 전날 빚을 갚는다. 이는 무거운 문제를 새해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신년의 행운을 빌기 위해 12월 31일 밤 잉어요리를 먹고 비늘 두세 잎을 뜯어 지갑에 보관한다. 러시아인들도 폴란드인들과 유사하다. 새해가 오기 전 빚을 청산하고 신년의 행운을 위해 깨진 그릇을 버린다.

 

페루에서는 새해 전날 이웃과의 분쟁을 해결하는 의미로 모든 사람이 복싱장갑을 끼고 권투를 한다. 또한 새해 첫날 희망과 일치하는 색깔의 옷을 입는다. 빨간색은 사랑을 가져오고 노란색은 돈을 집안으로 끌어당기는 의미가 담겨있다. 영국에도 이러한 전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인들은 12월 31일 자정이 넘어 외출할 때는 동전, 소금, 숯덩이를 주머니에 넣는다. 이는 새해에 풍성한 돈과 음식, 그리고 열기를 받기 위한 최면이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는 아직도 새해 풍습이 살아 숨 쉰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풍습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부재하는 곳에 어떤 인간미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신년을 맞으며 우리 모두 이점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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