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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봇물 터진 총선용 책, 제발 일회용이 아니길!

 

쏟아지는 총선용 책들.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거판에 뛰어들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첫 번째 신호탄은 언제부턴가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가 돼 버렸다. 어떤 후보는 ‘xxx 꼬마의 춤’ 어떤 후보는 ‘xx 범죄심리학’. 또 어떤 후보는 ‘우리 동네 국회의원 일 잘하는 xxx’, 또 다른 후보는 ‘xx를 위한 나라’. 이 책들은 무슨 목적으로 쓰여 졌는가? 자신의 철학이나 정책비전, 국제정세 등을 유권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제목으로 봐서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급조된 책들이 아니던가? 책을 쓰는 것은 피를 말리는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언제 이렇게 책을 썼단 말인가? 자신이 직접 썼다면 한국 정치판에는 그야말로 달필이 다 모여 있는 셈이다.

 

물론 서구에서도 정치의 계절인 선거철엔 책들이 쏟아진다. 프랑스의 경우 선거 연도에는 정치서적들의 출판 부수가 쑥 올라간다. 하지만 이 책들은 인기가 많다. 프랑스인들은 우리처럼 정치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2021년 5월 입소스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프랑스인의 65%는 정치가 부패했다고 생각한다. 80%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삶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선거철에 나오는 정치서적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 책들은 유권자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해독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후보자들 역시 책을 출판하기 위해 1년 혹은 2년간 집필에 몰두 한다. 그들은 책이야 말로 자신의 야심찬 정책들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치서적을 통해 어떤 후보자는 명성을 드높이고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문호이자 정치인 샤토브리앙과 라마르틴, 전직 대통령 샤를 드골과 프랑수아 미테랑이 있다. 이들은 저명한 정치인들은 역시 훌륭한 작가라는 것을 증명했다.

 

선거철에 나오는 정치 책은 정치인 본인에게도 유용하다. 먼저 자신의 정치 경력을 한층 높여준다. 또한 정치 작가가 선거의 관점에서 무엇을 저울질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정치 책은 저자들에게 훌륭한 미디어 포럼이며, 그들의 책이 잘 팔리든 아니든 간에 도서관에 영원히 남는다. 선거철 후보자들이 내 놓는 책은 아주 단순하지만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이다. 자신을 피력하고, 토크쇼에 참여하며, 팬 사인회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데 한국의 출판기념회는 이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우리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 필시 서구에서 들어온 듯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귤이 심어진 환경에 따라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선거철 출판기념회는 본시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탱자가 돼 버린 건 아닌가? 편의주의에 빠져 뒤죽박죽이 돼 버린 한국의 정치문화, 이런 문화 속에서 어찌 정치가 꽃 피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네티즌 의견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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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0자
  • 김장석
    • 2024-01-18 2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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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4월10일은 이 나라 명운을 결정짓는다는 총선이다. 하지만 혐오와 증오의 배척정치를 부추기는 현실에서 정책은 공허한 말폭탄에 불과 전혀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

    칼슈미트의 “이념으로 적과 동지를 나누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자유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는 말이 뼛속깊이 사무친다. 이제 거의 한세기 동안 이념의 볼모가 되어 분열을 강요했던 대결의 정치를 종식하고 나라의 근본 기틀을 마련하여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날을 희망하여 봅니다. 감사합니다.

  • 유평공
    • 2024-01-18 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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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정치, 민생정치 등이 예시하듯 정치는 우리 생활과는 땔내야 땔수 없는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된 어찌보면 우리 삶 자체가 정치행위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 정치는 민생과는 너무나 먼 특권층의 영역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정치는 사법과 함께 우리 사회 개혁의 최우선 순위이다. 핵심을 관통하는 주필님 칼럼 넘 공감하며 감사함다~^^

  • 고고
    • 2024-01-16 21: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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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책 대부분이 진영논리에 빠져있거나 자신의 치적만 자랑하는 글이라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속이 시원합니다.

  • 청운
    • 2024-01-16 2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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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기념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시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동해야 하는데, 출판기념회가 이러한 목적과는 어긋날 수 있다는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국민들은 출판기념회를 후보자들의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판 시각은 다를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양심적인 인물을 선택해야 합니다.교수님이 현시대를 바라보는 냉철한 판단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항상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이정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빛고을
    • 2024-01-16 18: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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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선거문화 풍토가 아쉽기만 합니다.
    보다 더 밝은 사회를 위해 좋은 글 기대합니다.

  • 破甑不顧
    • 2024-01-16 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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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철만되면 여기 저기서 출판기념회 등 유사한 행사들을 자주 볼수가 있다.
    하지만,
    그 들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지 못하는것 같아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 한국
    '선거문화 풍토'를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듯,
    또한 (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되지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한층 더 성숙된 선거문화 풍토를 기대하는 글 맛갈나게 잘 읽었습니다.

  • westgem
    • 2024-01-16 17: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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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저자가 고민의 과정을 거친 책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검뫼
    • 2024-01-16 1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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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정치문화가 서구의 양태를 모방해서 선거철만 되면
    봇물처럼 정치인의 홍보용 책들이 쏟아지는데, 아마도 자신들이 직접 쓰기보다는 주변의 지인들이 대신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낮은 저급의 책들 중에서도 가끔 직접 공을 들인 책도 보이곤 한다. 이는 정치인이 보여주기 위한 책이라서 사람들이 무관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들이 한국의 정치문화 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요즈음 세태에 맞는 시의적절한 내용을 게시해주어서 감사드립니다.

  • 케니
    • 2024-01-16 11: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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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총선 전에 국내 정치와 프랑스 정치를 비교한 책을 한권쓰시면 어떨까요? 칼럼에 내신 글을 모으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교수님이 책으로 정치인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시면 좋겠네요.

  • 푸른하늘
    • 2024-01-16 11: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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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이 합법적 고지서로 변질되고 더 비꼬아 협박적 고지서로 전락했다고 했다. 불참이나 책구매를 외면했을시 돌아오는 불이익을 나름셈법으로 계산하여 어떡하든 적정금액을 정했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라는 속담이 꼭 들어 맞는다. 책을 손에 들고서도 책의 제목을 모를 정도니 내용은 말해 무엇하랴. 형식주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출판기념회다. 무료 배포는 선거법 위반이며 수입은 신고의무 없으니 저작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각설하고, 그저 양심 있는 정치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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