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수원특례시를 고향으로 여기는 시민들의 마음도 차곡차곡 모아지고 있다.
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기금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만드는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기부금…수원특례시 단연 ‘월등’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시에 기부된 금액은 총 3억 2424만 원에 이른다. 기부자는 3473명, 건수로는 3577건으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집계 결과 전국 243개 지자체 총 모금액은 650억 2000만 원으로 지자체 1곳당 평균 2억 6700만 원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됐다.
재정자립도 20% 이상인 지자체 103곳 평균 모금액이 1억 74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원시의 모금액은 2배가량 높다. 경기도 내 지자체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시에 기부가 집중된 시기는 지난달이다. 지난해 1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이후 매달 100건 수준에 머물렀던 기부는 지난해 마지막달인 12월 2342건으로 급증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연말정산을 염두에 둔 시민들의 기부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시 전체 기부자 중 10만 원 기부자는 3168명, 10만 원 미만 기부자는 288명, 10만 원 초과는 17명이다. 중복 기부자도 100명이 넘고 9개월 간 매월 10만 원을 기부한 시민도 있었다.
기부자는 기부액의 30%를 답례품으로 돌려받게 되는데 시 답례품 중 지역화폐인 ‘수원페이’를 선택한 기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답례품 신청 2811건 중 76%가 수원페이를 선택했다.
이어 한우, 왕갈비통닭, 쌀(정다미) 등 수원 대표 특산품이 뒤를 이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이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수원특례시, 기부하는 도시문화 확산 노력
시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수준의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한 다각적인 노력을 결과다. 기부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시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22년 12월 30일 ‘수원시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또 답례품 공급업체 공모를 통해 지역 특산품이 유통되는 기회를 마련했고, 기부금 사용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했다.
답례품의 경우 선정 기준을 정비해 수원에서 생산된 특산품이 아니어도 시에서 창업‧육성 지원을 받은 업체 제품이면 답례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답례품 공급업체 공모를 통해 올해 35개 답례품을 선정했다. 수원 기반 브랜드 커피, 수원화성‧정조대왕을 모티브로 제작된 생활용품, 과자 등이 추가됐다.
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4월 재수원 5도 향우회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실천협약’을 체결했고, 각종 축제‧행사장에 홍보부스를 설치‧운영했다.
이재준 시장도 ‘대도시와 소멸 위험 지역의 상생’을 외치며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에 앞장섰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지자체 11곳에 기부했는데 첫 기부는 자신의 고향이자 시의 자매도시인 포항시다. 이후 소멸 위험 지역인 연천군과 태안군, 해남군, 괴산군, 봉화군, 철원군, 거창군 등에 기부했으며 화성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에도 기부하며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수원특례시, 고향사랑기금 통한 행복 발판 설치
시는 지난해 조성된 ‘고향사랑기금’으로 추진할 사업을 선정해 시행을 준비 중이다. 발달장애인, 학대 피해 아동, 자립 준비 청년 등 소외된 이웃이 대상이다.
우선 사업비가 부족해 중단 위기에 놓였던 ‘(발달장애인)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교육’은 기금을 통해 사업이 유지된다.
지난 2022년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시작된 해당 사업은 디지털 탭 구비 등 초기비용 상당 부분을 대기업 등 외부 지원을 받아 운영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능력을 발전시켜 직업적 역량으로 키웠고 작품 전시는 물론 발달장애인 5명이 복지일자리로 취업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러나 사업비 부족으로 외부 전문가 인건비를 확보하지 못해 6~7개월가량 공백이 발생했는데 시 담당 부서가 기금 사업으로 발굴해 올해 다시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
올해 여름방학에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우리가족 힐링여행’도 신규 사업이다. 지난해 기금 활용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사업이다.
공모에 접수된 84건의 사업 중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최초 사업이다. 학대 피해 아동과 가족의 여행을 지원해 기족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력을 통해 피해 아동과 가족을 모아 공동체 여행으로 지원해 가족 내 올바른 소통과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주거복지사업인 ‘셰어하우스 CON’의 퇴거 준비자금도 기금으로 지원된다.
지난 2022년 시작된 해당 사업은 시설 보호가 종료된 청년에게 공동 주거공간‧생활용품을 제공하는데 자립준비 기간 2년이 지나면 퇴거해야 한다.
시는 해당 사업에 주목했다. 만기 후 퇴거하는 청년들이 독립 준비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금을 활용해 매월 10만 원씩 총 24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셰어하우스 CON에 첫 입주했던 청년 5명이 올해 하반기 퇴거 예정인데 시는 이들의 안정적인 독립에 기금을 사용한다.
시 관계자는 “수원을 고향으로 여기고 기부금을 내신 기부자들의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하다”며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과 투명한 기금사업을 추진해 기부자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