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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김선욱 음악감독 취임, 묵직한 울림으로 진정성 있는 무대 '감동'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첫 선... 성공적인 무대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감동적인 무대 연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김선욱호(號)가 드디어 닻을 올리고 출항을 알렸다.

 

지난 12일 저녁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임 음악감독 김선욱의 데뷔 무대와 세계적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협연 소식에 만원을 이뤘다.

 

세계적 피아니스트로서 입지를 다져온 김선욱이 과연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경기필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와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 백건우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김선욱의 투샷 또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약속된 시간, 무대 하수쪽 연주자 출입문이 열렸다. 빠른 걸음으로 입장한 지휘자 김선욱은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인사 후 바로 보면대 앞에 섰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시작됐다.

 

너무나 익숙한 선율이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스트링의 가볍고 산뜻한 보잉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위트있게 나오는 목관의 조화가 즐거운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음악감독의 취임을 축하하는 듯한 선곡 센스가 돋보였다.

 

 

 이어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등장했다. 그의 등장 자체만으로 객석은 그 숙연함에 매료됐다.

 

후기 낭만파 스크랴빈의 피아노협주곡이 68년 거장이 걸어온 세월의 무게를 더한 채 묵직하게 연주됐다. 지나친 기교나 과장 없이 섬세하고 정제된 연주는 이미 숱한 세월을 거치며 어느 경지에 이른 고수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특히 선 굵은 선율을 담담하게 표현 해내는 거장의 품격과 순수함은 예술의 가치를 묻는 청중에게 연주로 답하는 듯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레이션 또한 절묘한 균형감을 이루며 작품 특유의 신비주의적 정서가 인상적인 무대였다.

 

연주를 마친 백건우와 김선욱은 뜨겁게 포옹했다. 열화와 같은 함성과 객석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수분에 걸쳐 이어진 박수에 거장 백건우와 지휘자 김선욱은 함께 맞잡은 손을 들어 인사했다. 객석은 더욱 뜨거워졌고 한 시대가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는 상징과 같은 그림이 연출되자 뭉클한 감동이 객석을 적셨다.

 

 

2부 브람스 교향곡 1번. 이제 오롯이 김선욱과 경기필하모닉의 호흡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연주가 시작됐다. 베토벤의 향이 짙어 베토벤 10번이라 불리기도 하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은 브람스 특유의 묵직함과 진중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명곡이다.

 

1악장 심장박동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팀파니 소리와 비장감이 묻어나는 주제 선율이 허공을 가르며 객석을 향해 밀려왔다. 너무 진지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지휘자 김선욱의 어깨를 마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경륜과 경험이 다독이듯 선율을 이끌었다.

 

1악장의 긴장감을 해소하며 따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2악장은 객원 악장 윤은솔의 순도 높은 바이올린 솔로가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쾌하고 활기 찬 3악장을 지나 4악장 초반 느린 인트로가 끝나고 귀에 익은 메인 테마가 흘러나왔다. 앞선 2, 3악장을 거치며 생겨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간의 유대감이 극명하게 살아났다.

 

지휘자와 연주자 사이의 신뢰가 형성 되면서 곡 전반을 타고 흐르는 메인 테마의 선 굵은 다이내믹이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교향악단 전체의 상호작용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완벽한 하나로 동화되어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전체적으로 화제성과 볼거리가 많았던 공연이었다. 특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젊은 음악감독 김선욱의 힘찬 여정에 큰 기대와 박수가 쏟아졌다.

 

김선욱 음악감독은 2024시즌 마스터 시리즈를 발표하며 이미 파격적인 연주를 예고했다. 이번 첫 연주의 기세를 모아 앞으로 그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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