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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힘이 전하는 첫사랑의 아련함 …뮤지컬 ‘겨울 나그네’

대학생 한민우와 정다혜의 첫사랑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안타까운 삶의 이야기
‘기억의 교차’로 서사와 감정선 극대화…현대무용, 재즈댄스 등 인물에 집중
2월 25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

 

최인호의 소설 ‘겨울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겨울 나그네’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인호는 이 소설을 1983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했는데, 제목은 실연당한 청춘의 방황하는 모습을 다룬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따왔다.

 

전도유망한 의과대학 본과 2학년생 한민우는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성악과 3학년 정다혜와 부딪히게 된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진 둘은 설레는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곧 한민우는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의도치 않은 사고로 나락에 빠지게 된다. 정다혜는 하염없이 사라진 한민우를 기다린다.

 

기지촌 클럽 나이아가라에서 마약 밀수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게 된 한민우는 정다혜만을 사랑하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며 의도적으로 한민우에게 접근한 제니에 의해 가정을 꾸리게 된다. 새로운 삶을 살려고 경찰에 자수도 해보지만 정다혜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놓아주고 패싸움으로 죽게 된다.

 

 

청춘의 사랑과 방랑, 죽음에 상념이 가득했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극 역시 감성적이고 섬세하다. 사랑을 시작한 청춘의 설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더해지는 안타까움, 엇갈리는 주인공들은 애절하게 감정을 자극하며 서사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밑바닥 생활을 하던 한민우가 레스토랑에서 정다혜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하던 모습은 쓸쓸하며 정다혜가 즐겨 부르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두 사람의 상황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레스토랑 뒤로 둘러싸인 자작나무는 겨울을 배경으로 감성을 배가시킨다.

 

클럽 나이아가라의 화려한 무대, 패싸움하던 거리, 정다혜가 한민우를 기다리던 벤치 등은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무대를 제작한 박동우 디자이너는 원작의 정서를 충실히 반영해 ‘기억의 교차’라는 콘셉트로 회전하는 두 개의 액자 프레임을 만들었다. 사각형 기둥을 회전시키는 ‘페리악토이’를 이용해 장면을 전환시킨다.

 

안무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패싸움을 벌이던 조직원들,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생들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첫사랑의 경험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현대무용과 재즈댄스, 팝과 걸스힙합, 락킹과 액션 등을 결합해 안무를 만들었다.

 

음악은 원작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의 분위기를 비중있게 전달한다. 사랑을 시작한 정다혜가 ‘봄의 꿈’을 부르며 ‘어디가 바닥일까’, ‘그래도 살아가야만 해’, ‘미안해요’등의 넘버가 청춘의 방황과 절망, 연민과 욕망, 애증의 감정을 전달한다. 인물의 내면에 충실한 가사가 서사를 극대화시킨다.

 

 

극을 연출한 김민영 연출은 배우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동작을 설정하고 감정전달에 대한 디렉션을 많이 했다고 설했다. 감정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영상, 인물의 연기에 집중하는 조명, 단순화된 무대가 인물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최선의 선택이 뒤돌아보면 실수와 후회였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1997년 첫 번째 시즌으로 초연한 ‘겨울 나그네’는 제3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대상, 남우신인상, 무대미술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2023년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최인호 작가 타게 10주기를 맞아 재공연됐으며, 원작이 가진 순애보적인 사랑을 지키되 현대에 맞게 각색됐다.

 

사랑의 힘과 희생의 아름다움, 사랑의 기쁨을 전하는 뮤지컬 ‘겨울 나그네’는 2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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