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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공매도로 돈을 벌려는 자, 그들이 범인이다

144. 덤 머니- 크레이그 질레스피

 

영화 ‘덤 머니’는 미안한 얘기지만 흥행이 잘 될 영화는 아니다. 주식 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 도통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 투자에 능통한 사람들은 이런 영화에, 역시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관심 따위, 돈에 대한 것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자들은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영화는 대체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 예술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주식을 하지 않는다. 아니 주식을 할 돈이 없다. 그러니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까 결론은 ‘덤 머니’라는 영화는 돈 없는 사람들도 내용을 잘 몰라서 안 보게 되고 영화를 우습게 하는 돈 많은 부자들은 관심이 없어서 안 보게 되는 작품이다. ‘덤 머니’가 미국 영화임에도 극장에 많이 걸려 있지 않은 이유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낮은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영화 42분쯤에 나오는, 한 경제뉴스 채널의 앵커 멘트를 한 번에 알아듣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 멘트는 다음과 같다.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탑’에 공매도를 시작했는데 공매도는 해당 주식이 떨어져야 돈을 버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헤지펀드들에겐 안된 이야기지만 개인들이 그 주식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WSB(월스트리트 베츠)라는 유치하고 과격한 커뮤니티가 ‘게임스탑’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과한 수준인 것을 알고 월가의 큰 손들을 혼내기 위해 조직적인 구매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레딧의 혁명가들이 월가의 볼기짝을 때리고 있죠.

 

 

적어도 세 가지 곧 헤지펀드와 공매도, 레딧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레딧은 www.reddit.com으로 미국의 뉴스 SNS이다. ‘덤 머니’가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은 공매도이다. 그러니 공매도를 알아야 한다.

 

공매도. 한자로 쓰면 空賣渡이다. 영어로 얘기하면 Short selling이다. 역설적이게도 공매도의 개념은 한자로 보면 이해가 간다. 빌 공, 혹은 가짜 공이다. 가짜로 매수매도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인 바, 지수(수자) 금융자본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중에서 상대의 주식을 빌리고 그것을 액면 가로 시장에 내다 판 후 주식이 떨어지면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이다. 5천 원짜리 주식 10주를 빌려 5만 원에 팔고 주가가 3천 원으로 떨어지면 10주를 사서 갚는다. 그러면 3만 원이 든다. 내게는 2만 원이 남는다. 한 마디로 공중에서 숫자만 날아다니는 거래이지만 잘만 머리를 쓰면 실물의 돈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거래가 개인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금융자본가들이 자기끼리 회사나 펀드를 만들어(헤지펀드) 진행한다고 하면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가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돈 다발’ 영역에 일반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갖가지 제어 장치를 해 놓는다. 특정 거래소, 자신들의 웹 사이트, 자기들이 만든 온 라인 계좌만을 이용하게 하는데 운용 규범을 아주 까다롭게 만들거나 그러면서도 사용자들에게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 먹는다. 증권가 큰 손들은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아이, 토냐’ ‘크루엘라’ 등 다수)이 만든 ‘덤 머니’의 덤 머니는 개인 투자자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말하는 속어이다. ‘덤 머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2021년 코로나로 세상이 난리를 겪을 때 벌어진 월스트리트의 일대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키스 길이라는 무명의 증권 애널리스트(폴 다노)는 어느 날 게임스탑이라는 컴퓨터 디지털 기기 회사의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유튜브로 유저들에게 게임스탑 주식의 매수를 권유한다. 사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게임스탑은 공매도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며 주식 큰 손들은 이 회사의 주식을 ‘인위적으로’ 계속해서 떨어뜨리는 ‘합법의 작전’ 혹은 ‘제도적으로 허락한 주가 조작 행위’를 진행시킨다. 키스 길의 제안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무려 800만 명이 매수를 시작한다.

 

주가는 20달러에서 350달러까지 치솟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사서 갚아야 하는, 그래서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되는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액을 방어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결국 ‘개미들’의 주식 거래를 갑자기 차단하는지 하는 방식으로 공매도 주가의 조정에 나선다. 그러자 곧 사태는 게임스탑이라는 회사를 가운데 놓고 벌어지는 월가 금융가 Vs 일반 개미들의 싸움으로 확대된다.

 

개미 투자자들, 일반인들은 게임스탑 사태를 부르주아에 항거하는 프롤레타리아의 저항, 곧 프랑스 혁명처럼 받아들인다.  2021년 미국 월가의 게임스탑 사태의 과정이다.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던 것이 분명하다. 하나는 공매도를 포함해 지금의 금융 자본주의, 혹은 지수 자본주의의 허점을 분명히 얘기하겠다는 것이고 지금과 같은 체제와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키스 길이 미 하원 금융조사소위 앞에 나가(코로나 때여서 PC 줌으로) 하는 증언은 이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조사 위원이, 내부 정보 없이 어떻게 게임스탑 사태를 알 수 있었느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예측한 게 아닙니다. 주식을 면밀하게 추적했습니다. 임계 증권 목록, 주문 흐름, 매수 정지 등의 요인이 해당 주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시장의 내부 작동 원리에 무지한 결과입니다. 터무니없는 공매도 비율과 공매도 세력의 시장 조작과 증권사의 정산 지연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식 시장의 개념은 공정한 운동장으로 머리와 운이 따른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머리와 운도 통하지를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기술과 정보에서 크게 앞서가고 재력으로 밀어붙이니 개인은 희망이 없는 것이죠.”

 

 

감독 크리스 길레스피의 작품 기획의 또 다른 전략 하나는 키스 길 같은 특정한 한 사람의 영웅보다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 개미 투자자들을 가능하면 많이 보여주자는 것이다.

 

빚과 아이 이빨 교정을 해줘야 하는 간호사 제니의 사례, 학자금 10만 달러를 갚아야 하는 대학생 하모니와 리리 레즈비언 커플, 미시건 디트로이트의 다 쓰러져 가는 게임스탑 매장에서 풀 타임으로 일하는 중남미 이민자 2세 마르코스 등등의 에피소드가 극 전편을 이어 나간다.

 

제니는 말한다. “나 같은 사람은 기껏해야 재난 지원금으로 600달러를 받았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했고 지금도 코로나 병동에서 힘들게 일한다. 그런데 어떤 인간들은, 헤지 펀드 회사들을 구하겠다고 돈 가진 자들은 30억 달러를 준다.”

 

제니나 마르코스, 하모니와 리리 모두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 게임스탑 주식을 끝까지 쥐고 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적당한 고점에서 팔고 나가도 됐지만 키스 길이 1200달러어치가 된 주식을 팔고 나가지 않는 한 자신들도 버티겠다고 말한다. 자신들 한 명 한 명이 버티면 월 가는 붕괴한다, 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들은 생각한다. 혁명이란, 한 명 한명이 버티는 것이다,라고.

 

 

영화 ‘덤 머니’는 어리석(다고 생각되)은 개미 투자자들, 민중들 한 명 한 명의 혁명 투쟁기이다. 모든 혁명은 경제 투쟁에서 시작된다. 영화 ‘덤 머니’는 경제 민중의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 점이 후련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공정한 주식 거래란 없다. 따라서 공정한 세상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덤 머니’가 영화 너머로 알려주는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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