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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마약과의 전쟁, 이대로 좋은가?

 

‘마약과의 전쟁!’ 정말 가능할까? 우리가 살면서 피해야 할 한 가지는 전쟁이다. 그런데 왜 이 무서운 단어를 그리 쉽게 사용하는 걸까? 정부가 표방한 마약과의 전쟁에 경찰은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식 수사를 벌이는 듯하다. ‘걸릴 때까지 끝까지 추적한다!’ 언론은 이에 덩달아 가십성 뉴스로 도배질 한다. 결국 한 배우는 목숨을 끊고 말았다. 참으로 애석하다. 이쯤해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마약과의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벌이는 것인가?

 

이제라도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 전쟁은 필시 마약으로 인간이 병들고 사회가 병들어가니 이를 막아보자고 시작한 게 아니던가. 그런데 왜 본질에서 벗어나 엄벌주의로 자꾸만 치닫는 것일까? 이는 마약광고에도 선명히 나타나 있다. “마약 시작, 인생 끝!”이란다. 광고를 이렇게 1차원적으로 만들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단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던 중 엊그제 경기신문 문화면에서 책 하나를 발견했다.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 국내 최초로 청소년 마약 문제를 다룬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오길 학수고대했기에 반가웠다. 특히 이 책의 추천사에 눈이 갔다. “편견은 치유와 변화의 길을 막아선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면 법과 징벌이 아닌 예방과 교육을 통한 긍정으로 시작돼야 한다.”

 

너무도 공감이 가는 문구다. 마약 문제는 징벌보다 예방과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선례가 있다. 1970년대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약물 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이 전쟁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닉슨은 베트남 전쟁 반대 여론과 젊은이들의 불신으로 정권이 휘청거리자 마약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대마초의 악마화는 그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2021년 4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정론지 리베라시옹(Libération)은 즉각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박했다. “축하하지만 적어도 이것은 결과가 이미 알려진 전투다. 그것은 패배다. 모든 중독 전문가가 알고 있듯이 억압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며 제품 유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마약 밀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은 시장을 규제하고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마크롱은 ‘대마초 벌금’을 부과해 소비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중독 전문가들이 알고 있듯이 ‘마약과의 전쟁’은 건강 상황을 악화시킨다. 잠재적인 환자가 범죄자처럼 쫓기면 그들은 도망치거나 숨고 만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닉슨이나 마크롱처럼 마약과의 전쟁을 정치적 수단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 시작했다면 이제라도 방법을 바꾸길 바란다. 마약 조직을 철저히 단속해 소탕하고 징벌보다 예방과 치료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마약 전문가들의 말처럼 억압은 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제품 유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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