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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유인촌 장관님. 원고료와 강사료 좀 올려 주십시오

 

유인촌 장관님. 저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라이터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20년쯤 됩니다. 생면부지(라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장관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원고료 좀 올려 주십시오. 원고료가 너무 낮아 프리랜서들의 생계를 이어 가기가 너무 힘든 지경입니다. 프리랜서 원고료 만이 아닙니다. 대학 강사들의 강의료도 좀 올려 주십시오. 여기도 굉장히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값이 너무 쌉니다. 지식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이 받는 원고료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0자 원고지 장당 8000원~1만 원 수준에서 요지부동, 고착화 된지 오랩니다. 원고 청탁은 대체로 원고지 10장, A4 용지로 한 장 반, 자수로는 2000자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만원을 받을 때 3.3% 심지어는 8.8%까지 세금을 원천 징수 합니다. 결국 9만 원 남짓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한달에 원고지 300장, A4 17장, 글자 수로 6만 자 정도를 써야 300만원을 벌까 말까 합니다. 도시 노동자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 가는 사람이라면 아주 부족한 돈입니다. 한국 평균 임금은 월 520만원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턱도 없이 못 미치는 돈입니다.

 

월 3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는 성장한 자녀들의 학비를 댈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들은 4대 보험의 혜택도 받기 힘듭니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의 꿈 같은 것은 프리랜서들에겐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건 대학의 시간 강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시간 강사들은 대체로 주 3시간, 월 12시간 강의에 시간당 4만 원~6만 원, 월 48만 원에서 72만 원을 받습니다. 소위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학교에서, 그것도 대학원 강의를 하면 수령액이 64만 원 정도입니다. 매주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자료를 뒤지고, PPT를 만드는 노동량에 비하면 매우 낮은 생산성입니다.

 

대부분 강사들이 이런 ‘비천한’ 노동을 감수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거쳐 전임교수가 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제 전임교수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리도 많습니다. 대체로 지도교수와 연이 닿아 있는 인물이 사전에 낙점이 됩니다. 공채는 들러리라는 소문이 많습니다. 학교는 학교 대로 전임의 수를 극도로 줄여 놓고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강사와 허울 좋은 겸임교수 수만 늘려 놓는 실정입니다.

 

유인촌 장관님 이건 착취입니다. 그것도 심각한 노동착취 행위이죠. 정부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한국에서 전업으로 평론 활동을 한다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아르바이트 없이는 생계가 불가능하지요. 오로지 연구와 취재,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정부가 나서 주십시오. 이제 정말 그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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