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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늘리고 필수의료체계도 개선해야...국민 건강 볼모로 또다시 발목 잡지 말아 달라”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태에 인천 병원은 지금...

 

“전립선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대기 순번을 받았는데, 날짜가 2월 말이었습니다. 암세포를 안고 기다릴 수 없어 가장 빨리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1월 초에 수술을 받았는데, 만약 수술대기 순번만 기다리고 있었다면 수술할 수 있었을까요?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의사권익도 중요하지만 의사단체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고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또한 협상의 카드를 내놓되, 지난 정부나 지지난 정부 때처럼 완전히 굴복하면 안 되고요. 지금도 길어봐야 3분 정도 되는 진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오 모(60)씨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인천 길병원 암센터에서 자신의 진료순번을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길병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공의 196(인턴 47·레지던트 149)명 중 66(인턴 42·레지던트 2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었지만 오 씨가 진료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해당 진료대기실에는 여느 때처럼 환자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조차 없는 것 말고는 큰 차질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환자들의 시름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추홀구에서 사는 김 모(69)씨는 “지난해 1월에 위암 수술을 하고 4월에 심장수술을 했는데, 심장수술 같은 경우는 촌각을 다투는 사안으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죽을 수 있다”며 “가뜩이나 흉부외과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전공의가 부족한 판국인데, 수술 늦춰질까봐 내가 다 떨린다. 수술 앞 둔 사람 마음 겪어봐서 알기 때문이다. 빨리 타협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고 혀를 찼다.

 

아내가 폐암투병을 하고 있어 보호자로 대기하고 있던 경기도 시흥에 사는 김 모(60)씨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만하게 협의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정부도 의사들 고생하는 만큼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의사들도 환자들 생각해서 진료인구 비례해서 의사를 충원할 수 있는 방안을 잘 합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장병과 루마치스 염증을 앓고 있는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 모(44)씨는 당초 예약했던 대로 진료가 가능한지 전화로 확인을 하고서야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누구 편을 들기보다는 의료정책이나 의대정원 문제 등 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집 근처 소아과는 다 폐업해서 아이가 아프면 몇 정거장씩 찾아가야 하고, 소아정신과가 늘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진료 받으려면 진료대기가 2년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 치과치료를 위해 예약을 잡아놓은 병원에서 보내왔다는 문자내용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최근에 소아과 및 소아치과 기피현상으로 인해 소아 전문 의사와 간호인력 부족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고 유감스럽게 저희 소아치과는 부득이하게 소아 일반진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 씨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충 방안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심지어 30대 동생이 대기업 다니는데, 거기 직원들까지도 ‘나도 의사나 해볼까’ 한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며 “무작정 인원만 늘리기 보다는 소아과 등 필수의료 정책과 맞물려 협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병원에서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임 모(27)씨는 “오늘 첫날이고, 아직까지는 위급한 응급실 수술 건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채혈이나 주사업무 등을 주로 하다가 전공의 선생님들이 보시던 진료를 교수님들이 도맡아 하시기 때문에 체크하고 담당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연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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