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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백남준이 그린 미래…전시 ‘빅브라더 블록체인’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 히토슈타이얼 9명의 작가 참여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오마주, 예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담아
8월 18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백남준이 1984년 제작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40주년을 맞은 지금, 미디어의 발전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맞았는지 점검해 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남준 이후의 예술가들이 백남준이 주장했던 미래를 춤과 노래, 미디어, 게임, 노동 등으로 바라본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정보를 독점하며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해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을 뜻한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의 단어를 나열해 중앙집권적인 정보 기술에 대항해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현대 예술을 점검한다.

 

전시엔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 히토 슈타이얼 작가가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오마주하며 저마다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가장 먼저 홍민키는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를 통해 정보화 사회의 감시자와 대중의 관계를 살펴본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 BB는 대중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지적을 받는 등 감정 노동을 요구받지만, 반대로 일반 대중은 BB에게 얽매여 있다. BB는 대중의 감정 자본을 독차지하는 빅브라더로서 디지털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감시를 얘기한다.

 

장서영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로리 앤더슨이 공연하는 비행기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비행기 좌석과 커다란 스크린이 놓인 그의 작품 ‘터뷸런스’는 기류에 비행기가 흔들리듯 AI 자동 추천 알고리즘으로 초개인화되는 인류의 위태로운 운명을 나타낸다.

 

 

HWI(휘)는 ‘너의 전생’을 통해 영상으로 2024년 현재를 살펴본다. 전생과 환생을 거듭하는 몇 겹의 시간 속에 얽혀 있는 운명, 화석 연료가 고갈되고 물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세계 재건을 그린다.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인류의 모습을 표현했다.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는 카메라로 둘러싸인 제단이다. 중앙엔 기도문이 흘러나오는 영상기기가 있고 왼쪽엔 인간을 대신해 경전을 읽는 복사기가 설치돼 있다. 인공 지능이 거짓 뉴스를 흘려보내고 점점 더 많은 인간의 영역을 기계가 대체해 점점 우유부단해지는 인간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촬영 기법에 영감을 받은 권희수 작가의 ‘나선 필름’,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고용된 이들의 노동을 그린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숨을 곳 없는 정보사회에 대한 저항 조승 작가의 ‘은신처’, 청소년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나타낸 이양희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VR로 청년들의 주거 현실을 드러낸 상희 ‘원룸바벨’을 볼 수 있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남준 아트센터 관계자는 “백남준 선생님께서 생각하셨던 사람과 사람의 연결, 인간과 물질 그리고 인간과 기술 정신과 세계가 연결되는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맞아 지금 마주하고 있는 시간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며 “예술가들이 대안적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권희수 작가는 “백남준 작가의 작업은 국경이나 언어,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는 경계를 모호화시켰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구분 짓는 것의 경계를 넘어 바라보고 연결성을 찾아 우리가 진짜 닿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양희 작가는 “인류의 사실성은 과거에 있으면서 인류는 현재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항상 미래를 상상한다”며 “변화하는 공연 예술의 형태를 바라보고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미래의 공연 예술을 상상한다”고 작업 배경을 밝혔다.

 

포스트 백남준 9명의 작가가 그려낸 예술의 현재와 미래, 본질에 관한 고민인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8월 18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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