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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MZ 세대를 위한 팝콘 영화 한 편쯤, 문제없어

151. 스턴트맨- 데이빗 레이치

 

예전에 꽤나 잘 나갔거나 잘 만들어졌던 영화를 몇 부작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대세가 된 요즘이다. 거꾸로 옛날 드라마를 영화 한 편으로 만드는 것은 그래서 이색적이다. 최근 개봉된 ‘스턴트 맨’이 그렇다.

 

리 메이저스(그 유명한 ‘6백만 불의 사나이’의 주연배우)가 주인공 역으로 나온 드라마 ‘더 폴 가이(The Fall Guy)’는 1981년~1986년까지 ABC TV의 인기 드라마였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TV 시리즈였다.

 

이 드라마를 영화 한 편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지금의 ‘스턴트 맨’이다. 영화의 원제는 옛 드라마처럼 ‘더 폴 가이’ 그러니까 ‘추락한 남자’지만 개봉 과정에서 제목을 한국 관객들이 알기 쉽게 바꿨다.

 

 

눈이 좀 어두운 관객들은 이 영화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온통 클리셰(cliché)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건 순전히 스토리 구성 탓이다. 영화 ‘스턴트 맨’은 당연히 ▲스턴트 장면을 ‘과하게’ ▲액션만을 ‘중점적으로’ ▲스턴트 장면을 기대하고 온 관객만을 철저하게 고려하여, 영화 구성을 짜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스토리’따위’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얘기는 가장 단순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스턴트 액션에 더 신경을 쓰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독인 데이비드 리치는, 충분히 짐작했겠지만 실제 스턴트 맨 출신이다. 그는 브래드 피트의 대역 스턴트를 오래 했고 아주 오래전에는 장 클로드 반담의 위험한 역할을 대신했던 그의 얼터 에고였다. 데이비드 리치는 개인 배우의 대역 스턴트를 오래 한 경력을 바탕으로 스턴트 감독 자리를 거쳐 결국 액션 영화감독까지 됐다. ‘존 윅’ 1 편에 감독 자리에는 그의 이름도 올라 있다.

 

 

영화 ‘스턴트 맨’의 주인공은 콜트 시버스(라이언 고슬링)이다. 그는 조감독인 조디(에밀리 블런트)와 연인 사이이다. 콜트 시버스는 가장 뛰어난 스턴트 맨이고 현재 할리우드 스타인 톰 라이더(애런 테일런 존슨)의 대역 스턴트를 한다.

 

콜트는 이번 촬영을 끝내면 조디와 밀월여행을 떠나려 한다. 고층에서 추락하는 장면이다. 이미 촬영이 잘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배우인 톰 라이더와 톱 스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영화의 제작자 게일(해나 워딩엄)은, 콜트의 얼굴이 슬쩍 나온 것 같다며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찍자고 한다.

 

갑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건 스턴트 맨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시 한번 고층 건물 세트 위에 올라 와이어를 매고 아래로 뛰어내리지만 이번엔 큰 사고로 이어진다. 허리 부상을 크게 입은 콜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채 1년 8개월을 잠적한다.

 

그리고 조디의 감독 데뷔작인 ‘메탈 스톰’의 스턴트 연기자로 복귀하지만 모든 것이 다 변해 있는 상태다. 특히 조디와는 이미 서먹해진 관계가 됐다. 프로듀서 게일은 콜트에게 약물 파티 이후 사라진 배우 톰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사실은 그것 때문에라도 콜트를 불렀다고 말한다. 톰을 찾아 나선 콜트는 그가 주로 난잡한 파티를 벌인 호텔 룸에서 미상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때부터 스턴트 가이 콜트 시버스의 일생일대 소동극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콜트는 ▲사랑하는 여인 조디를 되찾아야 하고, ▲그녀의 감독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켜 줘야 하며, ▲사라진 톰 라이더를 찾아오고, ▲호텔의 살인범을 추적해야 한다.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해 낼 수 있을까. 의외로 모든 건 단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음모극이었음이 드러난다.

 

 

써보고 나서 읽어 보면 아주 재미있는 얘기 같지만 이건 할리우드 액션 영화 백 편중 아흔여덟 편 정도라면 갖고 있는 이야기 구조이다. 너무 뻔한 스토리여서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뻔해 보인다.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 같은 고(高) 개런티 배우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둘의 ‘돈 액수’ 때문인지 둘 외에는 이렇다 하게 이름있는 배우를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스턴트 연기자들이 수배, 수십 배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여기까지라면 더 이상 쓸 말도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작품 전체가 유명 액션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뜯어다가 그걸 스토리로 연결시킨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비틀스의 노래 33곡의 제목과 가사를 이어 붙여 영화의 이야기를 꾸민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8년작, 에반 레이첼 우드, 짐 스터게스 주연. 주인공 이름이 루시와 주드인데 각각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와 ‘헤이 주드’에서 따 온 것이다.)와, 장르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아주 닮아 있는 꼴이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미술로 얘기하면 일종의 콜라주(collage : 질감이 다른 여러 재질의 소재를 이리저리 합치고 접착해 만든 작품. 피카소 등 입체파 화가들이 주로 썼다.) 기법의 작품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이고 ‘단순무식’한 것이 이해가 간다.

 

이 영화는 유명 장면을 이어 붙이는 부분의 이음새 그 링크만을 위해 스토리를 덧붙인 작품이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스토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액션 영화 패러디 장면과 그다음 장면이 잘 이어지는지 그렇지 않은 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자 이러면 영화를 보게 되는 시점과 시각에 큰 차이가 벌어진다.

 

 

예컨대 첫 장면, 콜트가 고층 빌딩에서 추락하는 스턴트 액션 장면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4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이단 헌트가 두바이 빌딩에서 떨어지는 장면과 비슷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액션 스턴트는 빈 디젤과 드웨이 존슨 주연의 카 레이싱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가져온 것이다.

 

차가 전복하는 회전이 8바퀴 반이 나와야 하는데 헬기 카메라까지 총 7대의 이동 카메라가 질주하는 차량을 찍는다. 영화 속 감독인 조디는 스턴트 맨이 콜트인 줄 모르고 디렉팅을 해 댄다. 그녀는 그에게 앞의 차에 달려 있는 카메라에 보다 바짝 다가서라고 말한다.

 

콜트는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감독 지시대로 차를 밀어붙였다가 비싼 카메라를 깨 먹는다. 카메라가 깨지면서 화면이 부서지는 장면은 고스란히 영화에 사용된다. 모두 ‘분노의 질주’에 나오는 실제 장면들이다. 특히 차가 8바퀴 반 뒤집히는 장면을 다시 한번 연출해 낸다.

 

 

콜트가 톰의 초호화 숙소에 들어갔을 때 그를 공격하는 여자 인기 스타(테레사 팔머)와 싸우는 장면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킬 빌’에서 가져온 것이고, 콜트가 건물에서 갱단들을 피해 호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기 전의 신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라스트 모히칸’에서 가져왔다.

 

콜트가 악당들에게 의자에 묶여 고문당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보트 추격전은 ‘007 카지노 로얄’의 것이다. 쓰레기차를 쫓고, 이어서 그 차에 올라타고, 급기야 쓰레기차 안에 싸움을 벌이거나, 차가 뒤집어져 길에 미끄러지면서도 주고받는 격투 신은 딱 ‘제이슨 본’ 시리즈의 장면들이다.

 

그것마저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그 액션의 장면들마다 마다에 1980년대 록 음악이나 발라드 송을 덧칠했다. 오프닝에 그룹 키스의 ‘I was made for loving you’가 꽝꽝대고 콜트가 문밖에서 악당들과 싸우는 것도 모른 채 그가 자신을 또 떠났다고 생각하며 축 처진 조디가 스태프들과 함께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노래는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이다.

 

콜트가 조디의 마음을 잃게 된 것을 슬퍼하며 차 안에서 혼자 듣는 노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All too well’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떤 관객들에게는 즐거운 백화점식 구성이라며 열광할 만한 일일 것이다. 어떤 관객들에게는 ‘심하게’ 진부한 구성이라 받아들여질 것이다. 아마도 세대에 따라 평가의 차이가 극명한 영화일 수 있겠다.

 

당신은 지금 무슨 세대인가. 이른바 MZ 세대가 아니면 주의 경보를 내릴 영화이다. ‘스턴트 맨’은 철저하게 MZ 세대를 위한 팝콘 영화다. 젊은 세대들을 위한 쉬운 팝콘 영화 한 편쯤은 있어야 한다. 와이 낫!(Why not?). 그게 뭐 그리 큰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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