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가 임차인들에게 수억 원의 융자가 잡힌 주택을 두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계약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임차인들은 임대인으로부터 총 13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주택도 경매에 넘어가 살 곳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26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수원시 권선구 소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는 8가구 약 16명의 임차인들이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신혼 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며 1가구 당 1억 6000만 원 총 13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전세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건물에 9억 원에 달하는 융자가 잡혔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임차인들을 안심시키며 거래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2020년 입주한 임차인 A씨는 건물 융자 때문에 깡통전세를 의심했지만 공인중개사가 “요즘 모든 건물에 이 정도의 융자가 잡혀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설득하자 그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계약한 지 4년이 지나자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임대인 B씨가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과 대출로 다른 건물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해왔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A씨뿐만 아닌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 대부분이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고 결국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건물이 임의경매에 넘어가 임차인들은 쫓겨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집과 함께 힘들게 모은 전세보증금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며 “심지어 임대인인 B씨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임차인들에게 본인 빚에 대한 이자 3500만 원을 갚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계약을 진행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인해봐야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A씨 등 임차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고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변호사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공동 정범이라 확신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공인중개사가 보증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임대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해 과실을 물을 수 없어 고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