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 맑음동두천 23.6℃
  • 구름조금강릉 26.3℃
  • 맑음서울 23.8℃
  • 구름많음대전 23.5℃
  • 구름많음대구 24.6℃
  • 구름많음울산 23.4℃
  • 구름많음광주 23.4℃
  • 구름많음부산 24.8℃
  • 구름많음고창 21.9℃
  • 흐림제주 22.8℃
  • 맑음강화 24.0℃
  • 구름많음보은 21.7℃
  • 구름많음금산 22.4℃
  • 구름많음강진군 22.9℃
  • 구름많음경주시 24.5℃
  • 구름많음거제 24.0℃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초등 1, 2학년에게 체육이 없다고요?

 

오래 전 2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도서실서 책에 쪽지를 숨겨 놓고 찾는 술래잡기를 종종 하고 놀았던 모양이다. 도서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교실에 있던 나는 알 수 없었고, 사서 선생님께서 나에게 지도를 부탁하고 나서야 어린이들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물론 9살이었던 친구들은 도서실에서 조용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계속 뛰어 놀았다. 결국 뛰어다닌 아이들이 2주 동안 도서실 출입이 금지되면서 책 읽는 공간은 평화를 되찾았다.

 

여기까지는 있을 법한 내용의 이야기들이다. 예상치 못했던 건 학부모의 반응이었다. 부모로서 아이가 도서실에 출입을 못한다는 사실이 화가 났을 수 있다. 화가 난 학부모가 보인 첫 번째 반응은 ‘왜 도서실에서 뛰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뭐라고 답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자, 그럼 아이들은 어디에서 뛰어놀아야 하냐고 재차 물었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아야 한다는 나의 답에 2학년은 왜 애들이 뛸 수 있는 체육이 없냐며 크게 화를 냈다. ‘체육이 교과서가 없긴 없는데요. 실제로 없는 건 아닙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며칠 전에 나온 <초등학교 1~2학년에 체육 수업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라는 기사처럼 초등 1, 2학년에는 체육 교과가 없다. 기사에서 내세운 명제만큼은 사실이다. 재밌는 건 교과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체육만 없는 게 아니라 미술, 음악, 도덕, 사회 등등의 과목들도 없다. 국어, 수학을 제외하고 모든 교과가 ‘통합교과’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1학년의 경우 ‘학교, 사람들, 우리나라, 탐험’이라는 교과서 안에 체육, 미술, 음악, 도덕, 사회 등등이 모두 녹아있다.

 

통합 교과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권 당 34차시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8차시가 ‘놀이’ 활동이다.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몸 쓰는 활동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구체적인 활동명을 보면 이름은 놀이지만 수업 내용은 체육 활동과 동일하다. 풍선 놀이, 잡기 놀이, 뜀뛰기 놀이, 징검다리 놀이, 줄 놀이, 씨름, 비사치기 등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 풍선 놀이는 간이 공 던지기 활동, 줄 놀이는 줄넘기 활동의 쉬운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미 다른 학년만큼 체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체육 시간이 늘어나는 걸 반대 입장에도 이유는 있다. 학교 사정상 체육 시간을 더 늘리면 활동할 공간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학급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이미 체육관, 운동장을 동시에 여러 반이 사용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체육 수업을 하는 경우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 사망, 상해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활동이 체육시간이라는 점도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교사의 책임이 늘어나는 상황을 환영할 교사는 드물다.

 

안타까운 건 학교에서 체육을 소홀히 한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교사가 또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 비만 비율이 높은 걸 1, 2학년에 체육이 없는 탓을 하면 교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공립학교 초등교사의 입지가 절벽 끝까지 떠밀리는 느낌이다. 이러면 체육 시간을 늘리자는 명제에 찬성하는 교사들도 마냥 찬성할 수만은 없게 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