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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부음(訃音)과 ‘부음알림’

장례용어에도 역전앞 처갓집 같은 군더더기 범벅

 

 

‘부음알림’이란 문자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부고알림’도 꽤 있다. 한자어인 부음(訃音)과 부고(訃告)에 우리말 알림을 덧댄 말이다. 차츰 공식용어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언론 등의 담당자들이 한자에 덜 익숙해서 빚어지는 상황이리라.

 

비슷한 사례, 장례의 절차인 발인(發靷)을 어떤 이들은 ‘발인식’이라고 ‘식’을 붙여 쓴다. 발인이 상여(喪輿)를 떠나보내는 의식(儀式)이니 좀 우스꽝스런 뜻(모양)이 됐다.

 

췌사(贅辭)나 췌언(贅言)이라고 한다. ‘췌’는 군더더기란 뜻. ‘역 앞’인 역전(驛前)에 ‘앞’을 덧붙인 역전앞 같은 말이 그것이다. 처갓집도 있다. ‘없어도 될 말’은 어쩌면 ‘옳지 않은 말’일 수 있다.

 

허나 언중(言衆)들이 자주 쓰면 ‘틀린 말’이라고 단번에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나 작가 등 언어를 생산하거나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최소한 이를 (손으로 잡아 쥐듯) 파악(把握)하고 있어야 한다. 왜 그러냐고? 뭘 쥐느냐고?

 

訃(부)는 ‘죽음을 알린다.’는 뜻의 단어다. 한자는 하나하나가 독립된 낱말이다. 말씀 언(言)과 점칠 복(卜) 두 단어가 만나 새로운 한 단어를 이뤘다. 그림에서 비롯한 한자를 짜서 맞추는, 특유한 문자 구성의 방식이다.

 

어릴 적 대문에 노란 봉투가 꽂혀 있으면 기분이 묘했다. 訃자가 적혀 있었을 것이다. 부고장이었다. 죽음, 그 무거운 주제를 알리는 방법이 ‘부음알림’이라는 메시지로 바뀌는 것이다.

 

점(占)치는 것 卜은, 길게는 하늘에 나(의 생사)를 묻는(言) 것이다. 訃 글자다. 그 결과를 알리는 말이기도 하다. 부(訃)만으로 충분한데 ‘음’이나 ‘고’라는 췌사가 붙어 부음(訃音) 부고(訃告)가 된 것이다.

 

요즘엔 단어 하나가 더 붙어 ‘부음알림’ ‘부고알림’이 됐다. 틀렸다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저 변천(變遷)이나 변화의 내역은 알고 있어야 비상시(非常時)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요즘도, 세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리의) 어른 또는 선배 중에는 “문자(文字)가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문제로다.”하며 평가의 기준으로 여긴다. 다양한 어휘와 관련한 문해(文解)의 능력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부음’ 대신 ‘궂긴 소식’이란 말을 쓰는 신문이 있다. 우리말 ‘궂기다’는 ‘죽다’의 완곡한(상징적인) 표현이다. ‘윗사람의 죽음’을 이른다고 풀이한 사전도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죽음’은 여러 이미지의 말로 변주(變奏)된다. 부고 부음 말고도 부보(訃報) 휘보(諱報) 부문(訃聞) 통부(通訃) 등 ‘좀 있어 보이는’ 말들이 예전에 쓰였다.

 

임금 같은 지고(至高)한 존재들의 죽음에는 더 상징성이 큰 의미가 붙었다. 이를테면 ‘먼 곳(遐)에 오르시다(昇)’는 뜻 승하(昇遐) 같은 여러 말이 있다.

 

이런 말들, 다 알고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사전과 상의하면 된다. 어설프게 인공지능(AI)의 귀띔을 활용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낭패(狼狽)는 이리떼를 이르는 말인데 이 말이 어찌하여 ‘낭패를 보다.’식으로 쓰이는지 AI는 그 뉘앙스를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다.

 

부음과 발인도 그렇고, 초상집 문상(問喪 조문)도 그렇고, 언어 구사(驅使)에 맞춰야 할 특별한 상황의 뉘앙스는 자못 심각한 문제다. 낭패를 만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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