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가 경북 경주시로 결정되자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유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잘못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어제 있었던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결정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제4차 회의를 열었다. 당시 인천·제주·경주 3파전으로 투표가 진행됐고, 경주가 13표를 얻어 개최도시로 결정됐다.
최종 결정은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내리지만, 사실상 경주로 결판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인천시는 즉각 반발했다.
이번 선정이 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천이 다른 두 지역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선정 기준은 ▲APEC 정상회의 유치 목적과 기본 계획의 우수성 ▲국제회의 및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이다.
특히 인천에는 2만 4839㎡ 규모의 송도컨벤시아가 있다. 전시장 4곳·회의실 35곳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경주와 제주는 회의장 규모가 각각 4960㎡, 9080㎡에 그친다. 증축·신축이 예정돼 있으나, 이후에도 인천의 회의장 크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정상들이 와서 묵을 수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39실인데, 경주는 2실뿐이다.
게다가 유 시장은 경주시가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경주시는 화백컨벤션에 정상회의장·각료회의장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개최지역 범위를 신청 지역인 경북을 벗어나 타 시도까지 임의로 확대 수정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유 시장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만나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유 시장은 “마치 수능 만점자를 탈락시킨 것과 같은 참 나쁜 결정”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앞선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조만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신중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는 공모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결정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했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연례회의다. 국 정상들을 비롯한 각료, 경제인, 기자 등 6000여 명이 방한해 100여 일 이상 부대회의 등을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