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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아침 인사, 음악, 그리고 어머니!

 

잠에서 깨어나면 저마다 하는 일들이 있다. 간 밤에 보았던 꿈 기억하기, 화장실에서 일 보기, 조용히 앉아 명상하기, 밤새 들어온 이메일 확인하기 등등. 필자는 ‘오늘의 역사’를 최우선 확인한다. 생일인 사람에게는 꽃을 보낸다. 생화도 아니고 실제도 아니지만 사진으로나마 예쁜 꽃다발을 보낸다. 그동안 신세졌거나 정(情)을 주고받은 분이라면 SNS상으로 작은 마음의 선물도 보낸다. 그리고 라디오를 켠다. 주로 클래식 음악(音樂)을 듣는다. 귀에 익은 선율이 나오면 잠시 손을 휘저어 보기도 한다. 당첨된 적은 없지만 ‘출발 퀴즈’에 문자를 보낸다. 되돌아오는 것은 “당첨은 덤일 뿐,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즐겨 주세요^^” 엹은 미소로 화답한다. 오늘 하루도 매 순간을 즐기자고 다짐하며 일상 속으로 뛰어든다.

 

아마 대학 2학년 때인 걸로 기억된다. 외지로 떠난 첫째 아들을 보기 위해 상경한 어머니를 앞세우고 세운상가 전파사에서 전축과 스피커와 LP 음반 한 질을 샀다. 서양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지라 순서대로 하나씩 틀어보았던 것 같다. 써라운드로 들리는 음악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잠시 황홀해 하면서 듣고 또 들었다. 쿵! 쿵! 울리는 소리가 옆집 목사님 댁에는 민폐라는 이야기를 듣고 음악 감상이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2년 정도 꾸준히 듣다 보니 서양 음악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졌고, 선호하는 작곡가도 생겼다.

 

처음에는 역시 베토벤(1770-1827)이었다. 초심자라고 놀림 받기도 했지만 대학 1학년 때까지 전축 구경을 하지 못했던 초보 애호가에겐 장족의 발전이었다. 6개월은 베토벤 교향곡만 귀에 들어왔다. 시간이 흐르자 쇼팽(1810-1849)과 바그너(1813-1883)와 차이코프스키(1840-1893)에게도 마음이 갔다. 바하와 헨델을 시작으로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리스트, 베르디, 스메타나, 요한 스트라우스 2세, 브람스, 무소르크스키, 드보르작, 베버, 말러, 드뷔시, 시벨리우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까지. 너무나 갈 길이 멀었다. 이들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듣는데 족히 1년 이상이 걸렸다.

 

지나간 시간 중에서 언제가 좋았는가를 지금 누가 묻는다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름다우면서도 비장하고, 웅장하면서도 고요한 선율에 흠뻑 취하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리라. 대결과 반목과 불신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젊은이의 몸과 마음이 음악으로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이다.

 

물론 그 뒤론 음악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FM 라디오나 유튜브에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가 쫑긋거리고 얼마간 집중하는 것을 보면 20대 초반의 경험이 오늘의 심성(心性)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COVID-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재독한인입양인협회 주최 ‘한국어·한국문화 세미나’ 참관을 위해 독일 본(Bonn)을 들렀을 때 베토벤 생가로 발걸음이 갔던 것도 그때의 추억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 물질이 풍요해지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마음은 피폐해지고 영성은 말라간다. 매일 아침 솟구치는 분노와 증오, 원망과 복수심, 이것들을 내려놓고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무더위와 장마를 식혀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면 더 좋다. 내면의 소리, 신과의 대화면 더더욱 좋다. 오늘부터 어머니에게 문안하는 것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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