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9.1℃
  • 흐림강릉 27.3℃
  • 서울 27.8℃
  • 대전 22.9℃
  • 대구 23.6℃
  • 울산 23.2℃
  • 광주 24.1℃
  • 부산 23.1℃
  • 흐림고창 25.2℃
  • 흐림제주 28.2℃
  • 흐림강화 23.9℃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3℃
  • 흐림강진군 24.6℃
  • 흐림경주시 23.8℃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사설] 또 대형 화재 참사…산업안전 시스템 재설계를 

경기도 산업안전 행정 허점까지 철저히 규명해 보완해야

  • 등록 2024.06.26 06:00:00
  • 13면

한동안 뜸하다 싶던 경기도 대형 화재 참사가 또 터졌다.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5일 오후 현재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잊을만할 때 또 발생한 후진국형 대형 화재 참사에 억장이 무너진다. 아직 원인 규명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산업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 산업안전 행정의 허점까지 세밀히 찾아내어 확실하게 보완해야만 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의 폭발에서 시작돼 퍼졌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공장에는 3만 5000 개에 이르는 리튬전지가 있었고, 해당 건물 1·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3명 중 대다수가 리튬 1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은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경에야 초기 진압됐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열 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리튬배터리는 습기가 차거나 닿을 경우 수소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점화원 발생 시 순식간에 불이 붙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자체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내부 분리막 결함 등 제품 자체의 하자가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리튬전지 화재는 물로 끄기 어렵다는 특이점도 난관이었다. 리튬전지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수소가 산소와 만나면 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 공장 일대에 리튬전지 화재 등을 진화할 전용 소화 장비가 없었다는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 아찔하게 들린다. 불이 한번 붙으면 속수무책인 극도의 위험물질을 다루면서 화재대비책이 없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많은 경기도에서는 잊을만하면 대형 산업시설 화재 참사가 발생해왔다. 40명이 목숨을 잃은 2008년 1월 7일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물류창고 화재 이래 38명이 사망한 2020년 4월 29일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 화재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남는 큰 사고만 5차례였다. 그리고 그 이후 4년.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들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런 대규모 참사가 또다시 일어난 것은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위험물을 다루는 전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해 결점을 보완해야 한다. 안전 문제는 공공의 영역만 가지고는 담보할 수가 없다. 민간 차원에서도 깊은 각성이 필요하다. 안전한 삶터를 가꾸고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날벼락 같은 참사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