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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침수노출 반지하’ 주택 대책 세워야

기후위기 현상 점증, 게릴라성 폭우 재해 막아라

  • 등록 2024.06.27 06:00:00
  • 13면

우리나라에 장마가 시작됐다. 최근 기상청이 공개한 지난해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오랜 가뭄 뒤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기온 변동 등 기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양극화된 기후’로 인해 남부지방에 기상관측 이후 가장 길었던 가뭄이 계속됐고 해소되자마자 66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장마철 역대 1위 강수량이었다. 이로 인해 53명의 인명 피해와 807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극한 기후현상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주거 취약계층이 사는 지역이나 반지하 주택에서는 재해 사고와 반복되는 상습 침수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특히 반지하 주택은 집중호우, 화재 등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채광, 환기, 습기, 곰팡이, 하수 역류, 사생활 침해 등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저렴한 방값 때문이다. 반지하는 인구급증 시기에 대량의 주택공급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일시적 건축기준 완화로 양산된 비정상적인 시설이다. 원래는 거주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상 대피용 목적의 공간이었다.

 

지난 2020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32만7000 가구의 반지하 주택이 있는데 이 가운데 96%인 31만4000 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경기도에는 8만9000 가구가 있었다. 이들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게릴라성 폭우 때마다 가슴을 조아리는 까닭은 근년에 끔찍한 재해들이 반지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도로를 넘친 폭우가 쏟아져 주거 공간을 덮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영화 속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2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홍모(47, 46세)씨 자매와 동생 홍씨의 딸 황모(13)양이 침수로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웃주민이 ‘우리 애들 좀 도와달라’는 홍 씨의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이미 물이 가득 들어차 집 안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웃들은 유리창을 깨는 등 필사적으로 구조를 시도했지만 이들 가족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살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물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경기연구원은 얼마 전 ‘침수 반지하주택 제로( ZERO)’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용은 ‘침수에 안전한 반지하 주택까지 강제로 폐지하는 것은 거주민을 더 안 좋은 주거환경으로 밀어낼 수 있기에 침수에 노출된 침수 반지하 주택을 대상으로 우선적 주거 상향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점차 반지하 신축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재해 사고와 반복되는 상습 침수 우려 구역으로서 건축허가 제한 및 주차장법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주거취약계층은 아직도 많다. 보고서는 이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침수위험지구 반지하 재해위험도 판정기준을 마련하고 실태조사 관리체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채광, 환기, 위생, 방음 등의 기본적인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원의 충고를 귀담아 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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