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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아닌 풍경 앞에 서있는 내 안의 감정을 그린 작가, ‘올리비에 드브레: 마인드스케이프’ 展

1920-1999년 활동한 프랑스 대표 서정 추상화가…풍경 내면화해 서정적으로 표현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전시…회화, 영상, 사진 등 70여 점 소개
어두운 조명으로 조성된 2층 ‘루아르 방’에서 전성기 시절 3작품 감상
파트리스 드브레 “환경이란 주제가 아버지께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과 일맥상통”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투르(Tours)는 상트르발드루아르지방 앵드르에루아르주의 주도로, 오를레앙과 대성양 연안 사이의 루아르강 하류에 위치해 있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프랑스의 정원’이라고도 불리며 흰색과 파란색 지붕의 건물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르비외투르(구 투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프랑스 투르와 자매결연을 맺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투르(Tours)의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창작센터(CCC OD)와 협력해 프랑스 대표 추상화가 올리비에 드브레의 개인전 ‘올리비에 드브레: 마인드스케이프’를 개최하고 있다. 아직까지 추상미술을 소개하지 않았던 수원시립미술관이 처음으로 추상화가 올리비에 드브레를 조명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전시다.

 

올리비에 드브레(Olivier Debré, 1920-1999)는 파리 출신으로 프랑스 서정 추상의 대가다. 일상과 여행에서 만나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색채와 구성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자연풍경의 깊은 울림을 전하며 서정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선 초기 추상부터 말년까지 회화, 영상, 사진 작품 70여 점을 통해 60여 년의 시기를 소개한다.

 

 

전시는 ‘1부 만남, 추상으로’, ‘2부 심상 풍경의 구축’, ‘3부 여행의 프리즘’으로 구성된다. 학창시절부터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 시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느꼈던 심경의 변화, 일상과 노르웨이, 멕시코 등의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정을 기호와 도형, 아름다운 색채로 전한다.

 

“나는 풍경화가이기를 거부한다. 나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앞에 서 있는 내 안의 감정을 그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풍경이 사라지고 내면화된 공간과 정서가 자리한다. 그의 사유는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과 설치처럼 매체의 확장으로도 나아갔다.

 

‘1부 만남, 추상으로’에서는 드브레의 학창 시절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의 활동 초기 작품들을 살펴본다. 17세에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건축 공부를 한 그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만나고 입체주의를 접하게 된다. ‘풀밭 위의 소녀'(1940)에서 나타나듯 뭉개진 표정, 흐릿한 윤곽은 인상주의 형식을 띤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에 공포심을 느껴 ‘살인자, 죽은 자와 그의 영혼’(1946), ‘거울 속의 검은 추상화’(1946)등을 남겼다. 인질과 희생자, 나치, 살인자 등의 모티프를 날카로운 선, 음영과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적 기호로 그렸다. 피카소의 ‘게르니카’(1937)처럼 추상적인 표현으로 잔혹함을 전한다.

 

 

‘2부 심상 풍경의 구축’에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작가의 전성기를 전한다. 이 시기 작가는 미국 여행을 하며 대형 회화 작업을 하던 마크 로스코(Makr Rothko)와 만나게 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회화적 행위와 색채의 범위가 확대됐다.

 

‘거대한 엷은 검정’(1962), ‘연노랑색 기호 인물’(1965)등에서 작가의 색에 대한 실험을 볼 수 있으며 물감을 뭉텅이로 펴 바르는 표현 등이 세밀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때부터 작가 자신의 감정을 색채에 녹여내는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새로운 풍경과 빛을 발견하기 위해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했고, 프랑스 투르(Tours)의 루아르 강변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루아르 강의 풍경이 몽환적인 색채로 표현되며 여유로움과 낭만, 따뜻함 등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전해진다.

 

어두운 조도로 꾸며진 ‘루아르의 방’에서 각 3M 길이의 ‘루아르의 연보라’(1985), ‘검은 얼룩과 루아르의 황토빛 분홍’(1985-86), ‘루아르의 흘러내리는 황토색과 붉은 얼룩’(1987)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여행의 프리즘’에서는 작가가 노르웨이, 미국, 멕시코, 일본 등을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정렬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멕시코는 분홍색, 눈과 숲의 나라 노르웨이는 흰 색과 푸른색으로 나타냈다. ‘길고 푸른 선들(스봐뇌위, 노르웨이)’(1974), ‘겨울 슬레톨렌의 흰색 1,2'(1988)등을 볼 수 있다.

 

또 올리비에 드브레가 무대미술과 의상디자인을 담당한 공연 ‘사인 Signes’의 영상도 함께한다. 미국의 현대무용가 캐롤린 칼슨(Carolyn Carlson)이 제작했으며 드브레의 붓 터치로 가득한 무대를 배경으로 흑색과 백색의 의상을 입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공연을 한다. 매체를 뛰어넘은 올리비에 드브레의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다.

 

전시의 끝 부분엔 올리비에 드브레의 작품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로마 요가 전문 강사와 함께 에센셜 오일 향기와 어우러진 호흡 명상,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9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올리비에 드브레: 마인드스케이프’ 언론공개회엔 올리브에 드브레의 아들인 파트리스 드브레(Patrice Debré), 며느리 마리안느 드브레(Marianne Debré), 세실 로겔(Cecile Rogel) CCC OD 부관장, 이진철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전시과장, 박현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 등이 참여해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개했다.

 

파트리스 드브레(Patrice Debré)는 “저는 사실 의대 교수다. 요즘 의학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환경인데, 그 환경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 긍정적인 환경이 중요하다”며 “환경이란 주제가 저희 아버지께서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이어 “추상화에 대해 얘기하면 인상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며 “저희 아버지께서도 한국, 중국, 일본을 여행하셨는데 아시아 지역의 문인들이나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는 이미 굉장히 추상적인 요소들이 들어있고 공연에도 그런 요소가 잘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실 로겔(Cecile Rogel) CCC OD 부관장은 “이번 전시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올리비에 드브레 작가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헌정과 같은 전시회라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작품이 소개되고 올리비에 드브레라는 작가의 일생을 다 커버하는 전시로 잘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비에 드브레 작가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통해 자신의 오감으로 느낀 바를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다”며 “이렇듯 관람객들께서도 자신의 오감을 전적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부 ‘루아르 방’을 화이트큐브가 아닌 어두운 조도로 꾸민 의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박현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올리비에 드브레의 큰 작품들이 한국에 소개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화이트 큐브 안에서 좀 더 온전히 전성기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층고가 10m 가까이 되다 보니까 작품을 온전히 외벽에 걸기보다는 매달았다”고 답했다.

 

이어 “화이트 큐브에서 더 많은 색채가 보일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어두운 공간에서 숨겨 있던 레이어들이 훨씬 더 잘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흐르는 강물의 블루톤만 드러났다면 조명을 쓰면서 블루톤 뒤에 가려져 있던 형광색 톤들도 많이 올라왔다. 어두운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지만 관람객들이 혼자 오롯이 작품을 느낄 수 있는 포켓 같은 공간에 들어가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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