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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흙에 쓴 자연의 시

 

국어 시간이 다른 학과 시간보다 수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렇게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독서와 글쓰기는 내게 스며들었다. 그 무렵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만났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 건 웃지요.

 

지금 같이 공부도 기술도 돈벌이도 연애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웃 없이 살아가는 게 아니었다. 남쪽으로 창문 하나 내고 자연 속에서의 삶을 사랑했다. 한가한 마음으로 강냉이 심어 깨물어 먹으며, 아는 사람이 오면 함께 먹겠다는 정신이었다. 이러한 삶이 바로 부모의 삶이요 가족들의 생활이었다. 그 속에서 성장하고 학교 가서 공부했다. 마을에서는 어른 아이 알아보며 인사 잘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온다면 그것을 어떻게 사상적으로나 자본논리로 꿰맞춰 설명할 수 있겠는가. - 그러니 웃는 수밖에.

 

중국의 대표적인 목가 시인과 전원시인을 꼽으라면 도연명을 빼놓을 수 없다. 귀거래사의 주인공인 그는 벼슬을 버리고 귀농 생활을 하면서 병마와 싸우다 62세에 삶을 마감했다. 그런데 그는 ‘한평생 살기가 참으로 힘들었거늘 죽은 뒤 저승 세계는 과연 어떠할까?’ 하고 직접 자신의 제문(祭文)을 썼다. 그러했던 그는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다가/ 그윽이 남산을 바라본다./ 산 빛은 해질녘에 더 아름답고/ 날던 새들도 무리지어 돌아가누나./ 이곳에 있는 진의(眞意)가 있는데/ 말로 표현하려 하지만/ 이미 말을 잊었네.’ - 이렇듯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려고 하지만 인간의 언어로써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소이부답(笑而不答) 할 수밖에.

 

어느 날 ‘땅에 쓴 시’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나라 여성 1호 조경사로서 시인이라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내용이었다. 화면에는 대한민국 지도가 나타나고 서해바다 쪽 흰 공간에 ‘땅에 쓴 시’라는 제목이 수직으로 내려 쓰여졌다. 대동여지도도 스쳐갔다. 요점은 그가 정원을 가꾸고 조경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경관,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계를 흩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는 조합과 배합의 미적 기술을 중시하며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그 순간 ‘모든 자연이 하나님의 시요 산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흙의 시요. 바다는 물의 대하소설이요. 북두칠성은 지구의 이정표이며 무지개는 우주의 사인이라는 것. 그래 내가 쓰는 시와 수필도 사람들이 자연경관을 보고 ‘어마나’하고 감탄하듯, 독자들에게 그런 감격을 주는 작가로서의 고민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평생을 두고 궁금해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다.라고 외치는 어린이나 청년들이 지금 얼마나 될까. 우리가 어린 시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라고 난 후의 일이다. 오늘의 청장년과 미래 세대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반성할 줄도 모르고 자기 성찰도 없이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열받지 말고, 유머도 즐기고 등산과 여행도 하면서 시적 예술 감각도 길러가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복된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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