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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의 법률칼럼] 전이든 검이든 모두 죄와는 무관하길

 

 

1988년 10월 8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충남 공주 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탈주해 서울 한 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가 경찰이 쏜 총에 사살당한 지강헌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쳤다. 지강헌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는데 혐의사실은 상습절도였다. 범죄를 미화하거나 동정할 의도는 없지만 절도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니 ‘무전유죄’라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강헌의 인질극이 벌어진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카카오 의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조금은 희석된 것 같다. 하지만 ‘전’이 희석된 자리에 ‘검’이 들어찬 것은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확실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가관이다. 댓글 팀 운영이 폭로되더니 급기야 여당 유력 인사가 현직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이 기소된 사건의 공소취소를 청탁하였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이던 시절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댓글 조작,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은 울산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청탁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드루킹 사건은 형이 확정되었으니 가타부타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수사청탁 사건은 민정수석실의 수사기관에 대한 첩보 이첩은 수사청탁이 아닌 당연한 절차라는 합리적 항변이 있다. 민정수석실에 들어온 범죄 첩보를 관할 수사기관에 이첩한 것까지 수사청탁이 되는 마당에 국민의힘은 무슨 자신감으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건청탁을 공개한 것일까? 댓글 조작 혐의로 현직 도지사가 감옥에 간 사건이 불과 몇 년 전인데 국민의힘에서는 당당하게 댓글 팀을 운영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또한 무슨 자신감인가?

 

그런데 댓글 팀을 운영했다는 폭로의 대상은 전직 검사장이자 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동훈이다. 공소취소 청탁을 폭로한 사람 또한 한동훈이다. 그리고 한동훈을 지금 이 자리에 올려준 윤석열은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자백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검찰’이라는 두 글자를 제외하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를 믿지 않는다면 저토록 당당하게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자백하지는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역 기간은 7개월이었다. 이 글이 게재될 즈음엔 카카오 의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었을 것이다. 만약 발부된다고 해도, 그 역시 복역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절도 혐의로 17년을 선고받은 지강헌에게 2024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설상가상 대한민국은 ‘유검무죄 무검유죄’까지 맞이하는 듯 하다. 전이든 검이든 모두 죄와는 무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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