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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력범 감형 기준 제각각…개선방안 찾아야

재판부별 판결 차이 너무 커…사법 신뢰도 저하 우려

  • 등록 2024.07.23 06:00:00
  • 13면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형량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감형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양형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준이 없으면 법관의 재량에 따라 판결이 크게 달라져 국민의 사법적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사적 제재 등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재판부별 감형 수준을 조정할 적정한 양형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똑같이 심신미약을 주장해도 재판관의 인정 여부에 따라 판결이 크게 나뉜다. 지난해 1월 어머니를 둔기로 살해한 40대 아들의 경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정신감정 후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항소심에서 10년으로 감형됐다. 지난 2022년 재회를 거부한 내연녀를 살해한 40대 남성도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망상 등 심신미약을 주장해 20년으로 감형됐다.


여론에 따라 양형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미디어 등에 많이 등장하는 등 관심이 많으면 중형을 받고, 관심이 없으면 양형이 가벼운 경우도 드러난다. 지난해 3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은 재판에서 망상장애 등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정신질환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처럼 피고인이 똑같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해도 감형 여부는 재판부마다 달라지는데, 이는 법 판결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으로 이어져 부작용을 파생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를 놓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일부 유튜버 등의 사적 제재가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기신문 취재에 의하면, 법조계·학계에서는 이런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신질환’ 주장에 대한 적정한 양형 기준을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어느 변호사, 어느 재판부냐에 따라 형이 좌우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양형 기준을 만들면 국민의 사법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사무소 이은의 대표변호사인 육이은 변호사는 “요즘은 누구나 심신미약을 주장해 법원에서는 IQ 50~60 피고인도 잘 인정해주지 않는 추세”라며 양형 기준 마련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형법 전문인 법률사무소 율샘 김도윤 대표변호사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자들이 감형하려고 정신질환을 악용하기도 한다”며 “양형이 기준화된다면 법관의 양형 예측이 가능해져서 보다 합리적인 법률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국가의 사법부는 지나치게 엄격한 ‘악판(惡板)’도 느슨한 ‘농판(弄板)’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 엄정해야 할 재판이 ‘녹피에 가로왈 자(鹿皮曰字)’처럼 당기는 방향에 따라서 일(日) 자도 되고 왈(曰) 자도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심신미약’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양형이 들쭉날쭉하여 세상의 불공평이 더욱 깊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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