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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것

 

필자는 야구를 좋아해서 특정 팀을 오랜 기간 응원했다.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홈구장에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저녁 경기임에도 점심쯤에 도착해서 사고 싶었던 유니폼을 1시간 동안 줄 서서 구입했다. 지치지 않고 또 다른 이벤트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이날 대략 2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평소였다면 바로 포기했을 텐데 멀리까지 왔으니 계획했던 일들을 다 해치울 심산이었다.

 

7월 마지막 날 여름 날씨는 그늘에 앉아 있어도 곧 땀이 흐를 정도였다. 야구단 직원이 연신 돌아다니며 몸에 이상 증세가 있으면 바로 알려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놀이가 뭐라고 땡볕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웃겼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대단하고 저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푹푹 찌고 습한 날씨에도 경기가 시작할 무렵이 되자 금세 관중석이 들어찼다. 오늘 경기는 매진이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뜨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 시작하자 설레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분 좋은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은 응원하는 팀이 KBO 최다 실점 신기록을 낸 날이었다. 무려 30실점을 했다. 경기 초부터 대량 실점하는 등 조짐이 좋지 않아서 고통받았다.

 

평소에는 지든 이기든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오늘은 먼 길을 와서 서 있다가 야구를 봤으니 꼭 이겼으면 하는 보상심리가 발동한 상태였다. 응원인지 화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경기를 보던 차였다. 뒷좌석에서 아빠와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실점하는 것을 보고 아이가 짜증을 냈던 것 같다. “아빠가 지는 걸로 화내면 안 된다고 했지? 그런 날도 있는 거야.” 아빠가 말하자 아이가 빠르게 수긍하고 다시 열심히 응원했다.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반성했다.

 

체육 시간에 아이들과 수업하며 가장 어려운 순간을 꼽자면 아이들이 과도하게 승부욕을 보일 때가 그렇다. 어떤 종목이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곧장 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같은 팀 친구나 교사에게 화를 내거나, 눈물을 보이며 억울해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승부욕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남자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학교 대항 경기에서 축구 종목은 일어난 싸움을 중재하는 게 교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늘 교실에 돌아와서 이야기하는 레파토리가 있다. 졌다고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안 된다, 친구가 못한다고 친구 탓을 하면 안 된다, 화가 나는 감정을 연습으로 승화시켜서 다음 경기에서 잘하자. 몇 번 똑같은 내용을 염불처럼 외자 경기 중에 감정을 표출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기특하게도 집에서 연습하고 오는 친구도 생겼다. 아직 어린이들이라 빠르게 변화가 보였다.

 

경기에서 졌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특히 우리 팀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느낌이 들 때 평정심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강한 승부욕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면 경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아이들은 스포츠에서 좌절, 기쁨,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배운다. 오늘은 나도 크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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