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화성시 이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의 악몽이 아직도 선연한데, 경기도 내의 공장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발해 산업현장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안전사고나 안전수칙에 대한 주의 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공장을 운영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다. 부주의와 무감각은 반드시 비극을 잉태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명심할 때다.
지난달 28일 오후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의 한 폐비닐 재활용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43시간이 지나서 이틀 뒤인 30일 오전 11시 27분께나 돼서야 완전진화됐다. 불에 쉽게 타는 폐기물이 공장 내 다수 보관돼 있었던 데다가 강풍까지 겹쳐 진압이 오래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화재로 공장 8개 동이 전소되고 차량 2대가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화재 규모가 크다고 판단, 신고 20여 분 만에 대응 1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오후 5시 6분께 대응 2단계(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로 격상했다.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등 피해확산 우려가 커 지자체에서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폐비닐 공장에서 시작된 불은 근처 전기 박스 생산 공장과 중장비 부품 생산 공장 등 약 200m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다행히 각 공장에 있던 관계자 30명이 제때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총동원된 인력은 280명, 장비는 소방헬기 등 78대다.
지난달 30일 오후 양주시 백석읍의 한 동파이프 제조공장에서는 수산화나트륨 200L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수산화나트륨 탱크 밸브 교체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60대 작업자 A씨 등 2명이 전신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사고는 그 이튿날인 31일에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57분쯤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의 한 과자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연소확대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등 인력 79명과 장비 37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경기도는 최근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이 높은 금속성 물질 취급사업장 100개를 안전 점검한 결과 비허가 장소 위험물 저장 등 위반 사항 13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이채영 의원이 주최하는 ‘리튬배터리 화재와 대응’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장 사고는 그치지 않고 있다.
사업장을 점검하여 안전수칙 위반 업체를 적발하거나, 의회에서 전문가를 초청하여 사고 재발을 막을 방책을 연구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업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조치다. 안전의식 제고는 일회성 이벤트만 갖고는 절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끈질긴 반복교육을 통해서 긴장을 놓지 않도록 해야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려 23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공장 대참사가 며칠이나 됐다고 공장 사고가 여전히 이렇게 연속해서 일어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