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어머니 없이 홀로 1박 2일 캠프를 진행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1박 2일 동안 경기도 철원 쉬리 캠핑장에서는 남양주시 발달장애 아버지들의 모임인 '천천히 동행하는 남양주 아버지모임' 회원들이 어머니 없이 홀로 자녀들과 함께 캠핑 행사를 진행했다.
참여한 아버지들은 아이와 함께 텐트를 치고, 아이들을 위해 바비큐 숯불을 구워 먹고,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지역축제에 참가해 체험과 공연도 관람했다.
자녀들은 체격이 훌쩍 큰 20대 성인이지만, 아버지들의 캠핑은 고단하기만 했다. 기능이 부족한 자녀들은 텐트를 치는데도, 음식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버지들은 숙명인 양 홀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냈다. 물놀이나 체험에서도 자녀들은 홀로서기가 힘들다. 매번 옆에서 돌봐야 하고 돌출행동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회의 편견에 맞서 주변을 살피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버지에게는 금쪽같은 내 새끼일 뿐이다. 더운 여름 땀 뻘뻘 작업하면서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서는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엄마 없이 처음 캠핑에 참여한 김대국 회원은 “아버지와 아들 간 여행을 통해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상당히 컸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었고 아이들이 서로 도와주는 모습에 상당히 감동받았다”면서 더 많은 아버지들이 용기 있는 도전을 권유했다. 강철봉 회원은 “평소 아이와 함께 캠핑을 즐기지만 다른 아버지, 자녀와 함께 하니 아이들도 협동하고 아버지들 간 유대와 고민을 함께 나눈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녀를 아버지에게 맡긴 어머니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김혜숙 씨는 “아빠랑 단둘이 가는 첫 캠핑이라 걱정스러운 맘으로 보냈는데 즐겁게 잘 지내고 온 거 같아 제가 뿌듯하네요.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을 아버님과 아이들 고맙고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김이경 어머니는 “아버지들과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1박 2일이 감동이네요. 모두 한 뼘 더 성장했을 듯하네요, 천천히 동행하는 아버지들 최고입니다”라며 한껏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천천히 동행하는 남양주 아버지모임'은 지난 6월에는 윌리힐리파크에서의 1박 2일 워터파크 가족여행, 7월에는 1박 2일의 설악산과 강릉여행도 진행한 바 있다.
사회복지사이자 장애인복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임 회장인 고병선 씨는 “앞으로도 꾸준한 가족 체험행사를 진행해 그동안 소외되었던 아버지의 역할을 증대하고 건강한 가족문화 형성에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경기신문 = 신소형 기자 ]